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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코앞인데 이렇게 아파서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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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월드컵 1차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이탈리아 선수(왼쪽)와 부딪힌 최민정. [AFP=연합뉴스]

월드컵 1차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이탈리아 선수(왼쪽)와 부딪힌 최민정. [AFP=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70여일 앞둔 쇼트트랙 대표팀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헝가리 데브레센에서 22일(한국시간) 끝난 2021~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여자팀 김지유(22·경기일반)와 남자팀 이준서(21·한국체대)가 부상을 당해 21일 귀국했다. 김지유는 오른쪽 발목이 골절됐고, 이준서는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두 선수 모두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월드컵 4차 대회(25~28일·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는 참가하지 못한다. 올림픽에 나가는 대표팀 선수 교체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표팀을 덮친 부상 악재는 지난달 21일 월드컵 1차 대회부터 시작했다. 여자팀 에이스 최민정(23·성남시청)이 동료 김지유와 마르티나 발체피나(이탈리아) 등과 충돌, 발목과 무릎을 다쳐 중도 귀국했다. 2차 대회에는 아예 나가지 못했다.

남자팀 에이스 황대헌(22·한국체대)은 1차 대회 1000m, 2차 대회 500m, 3차 대회 1000m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2차 대회 일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안상미 해설위원은 “올림픽 시즌에 이렇게 많은 선수가 아픈 건 처음이다. 경기장 빙질이 좋지 않아 선수들이 미끄러지거나 엉켜 넘어지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김지유의 경우 골절상이면 이번 시즌 경기를 더 뛰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여자 계주 3000m 선수는 또 교체를 해야 한다. 이 종목은 조직력이 가장 중요한데 잦은 선수 교체로 손발을 맞추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주장 심석희(24·서울시청)가 보낸 부적절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월드컵 시리즈를 통째로 못 나가고 있다. 최민정은 부상으로 1·2차 대회 계주에 나가지 못했다. 3차 대회에서는 김지유가 골절상으로 빠졌다.

단 한 번도 최상의 전력으로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한 여자 대표팀 성적도 뚝 떨어졌다. 1차 대회에선 동메달, 2차 대회에선 은메달, 3차 대회에선 4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올림픽 여자 계주 3000m에서 총 6개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금메달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는데, 이번 시즌 월드컵 대회에선 아직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여느 때라면 선수의 부상은 사고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잇단 부상의 이유를 ‘연맹의 준비 부족’에서 찾고 있다. 경기장 빙질 등을 코치진이 미리 파악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1차 대회 여자 계주 3000m 경기 때는 김아랑(26·고양시청)의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생겨 뛰지 못했다. 3차 대회 여자 1000m에서도 이유빈(20·연세대)의 스케이트 날에 이상이 생겨 제대로 레이스를 펼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스케이트 장비를 남녀 대표팀 코치진이 관리했다. 그러나 고충이 커지자 선수들은 연맹에 전문 장비 코치를 요청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변우옥 코치가 전문적으로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을 관리했다.

이에 따라 연맹은 뒤늦게 장비 담당 코치를 물색하고 있다. 한 빙상 관계자는 “올림픽 시즌에는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올해는 준비 과정이 엉성해서 걱정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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