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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프레임’ 주입식에 청년 좌절…3무 과정 통해 인재 키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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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지방대 해법 제안, 전호환 동명대 총장

전호환 동명대 총장이 지난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 수 감소 위기에 처한 지방대의 수익 산업은 인재를 영입하는 해법과 통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호환 동명대 총장이 지난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 수 감소 위기에 처한 지방대의 수익 산업은 인재를 영입하는 해법과 통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수능 성적이 5~7등급인 학생이라도 동명대를 졸업할 때쯤엔 급변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시켜 놓겠습니다.”

지난 19일 전호환 동명대 총장(63)이 한 말이다. 이날 총장실에서 만난 전 총장은 “모두가 가본 길을 가서는 지방 사립대학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수 감소로 적자 경영에 들어간 동명대에서 수익 사업은 필수”라며 “케이팝(k-pop)처럼 케이컬처(k-culture)를 경험할 수 있도록 영화 세트장을 짓고, 부산아시아영화학교, 한국영화아카데미 등을 유치해 부가이익을 창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명대는 지난 5월 27일 전 총장 취임 후 빠른 속도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3無(무학년-무학점-무티칭) 과정의 단과대학인 ‘두잉(Do-ing) 대학’을 신설한 데 이어 부산 내 캠퍼스 가운데 최초로 동물병원 유치에 성공했다.

또 동명대 캠퍼스 부지 안에는 10만 ㎡규모의 영화 촬영 세트장과 복합문화 관련 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동명대는 영화 세트장을 짓기 위해 캠퍼스 설계를 변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5월 촬영을 시작하는 손예진 주연의 한미 합작 영화 ‘더크로스’가 첫 작품이다. 전 총장은 “도심 한복판에 대규모 촬영 세트장을 조성하는 건 영화인들의 숙원사업”이라며 “대학 자산을 활용해 공익 개발을 하고, 수익금으로 교육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동명대 캠퍼스 전경. [사진 동명대]

동명대 캠퍼스 전경. [사진 동명대]

촬영 세트장은 동명대에 신설될 영화예술대학과 국제영상대학원의 실습장으로 활용된다. 또 대학 캠퍼스 안팎에 2500석, 400석 규모의 대극장과 소극장, 엔터테인먼트 공간 등으로 이뤄진 ‘부산 컬처 빌리지’를 민간투자로 유치할 계획이다. 이들 시설을 두잉 인재의 취업과 부산 관광과 연계해 미국 유니버셜스튜디오 수준의 ‘부산씨네파크’로 조성하는 게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동명대는 지난 8월 워싱턴 D.C. 소재 ‘컬럼비아대학’에 미국 캠퍼스(분교)를 열었다. 동명대 재학생들이 매년 컬럼비아대에서 주 12시간 강의를 듣고, 주 20시간가량 근로장학생 명목의 봉사활동을 한다. 교환프로그램으로 받은 컬럼비아대학 학점은 동명대가 인정한다.

전 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신설한 두잉 대학 교육과정은 내년 3월부터 시작된다. 2022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결과 90명 정원에 157명이 지원해 1.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잉 대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자기 주도적 인재를 양성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두잉 대학 과목은 고전 읽기, 실전 주식투자, 암호 화폐채굴, 100명 인터뷰하기, 승마, 패러글라이딩, 유튜브 제작하기 등 실천적 학습이 대부분이다. 강의실 밖 현장을 찾아가 배우고 체험하는 방식이다.

두잉 대학은 A~F 학점 순으로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 이수, 미이수만 있을 뿐이다. 3년 만에 조기 졸업도 가능하다. 가수 인순이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40명의 멘토 교수단이 학생을 일대일로 교육한다.

전 총장은 “1등 프레임에 갇혀 나머지 99명마저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면 청년들은 좌절된 꿈만 배워가고 급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지식보다는 도전과 체험을 통해 올바른 인성과 실행력을 갖춘 변혁적 역량을 가진 인재로 키워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두잉 대학이 지향하는 인재상은 전 총장의 인생 궤적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총장은 부산대, 영국 글래스고대 조선해양공학과 출신의 공학도다. 그런데도 일간지 ‘타임스’와 영국 정부 간 진실게임을 소재로 한 『펜의 힘』과 대학 재정개혁을 다룬 재정 분야 『와세다대학의 개혁』이라는 책을 번역했다.

또 대학 재학 중 행글라이더와 요트 등을 직접 설계해 만들고 대회 등에 참가해 입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매일 아침 출근 전 승마나 운동을 하고, 경비행기 조종도 한다. 뭐든지 배우고, 경험해보고, 도전해 보는 정신이 전 총장의 삶에 배어있다고 한다.

전 총장의 도전 정신은 부산 지역 캠퍼스 최초로 동물병원을 유치한 데서 엿볼 수 있다.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지역대학과 함께 ‘펫(반려동물)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발 빠르게 간파한 결과다.

전 총장은 “동명대가 동물병원이 들어설 땅을 제공하고, 국립경상대가 정부 재정으로 동물병원 건물을 짓게 된다”며 “동물병원 유치로 반려동물이 전문 치료를 받는 동안 반려동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 총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총장의 국가적 책무를 묻는 말에 “수능 성적이 5~7등급인 학생에게도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며 “교육부의 획일적인 평가를 거부하고, 기업이 원하는 커리큘럼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내는 대학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전호환 총장

경남 합천 출신으로 1977년 진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대학교 조선공학과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영국 글래스고대 조선해양공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1994년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로 부임했고, 공과대학 부학장과 첨단조선공학연구센터 소장, 대외협력부총장을 거쳤다. 2016년 5월 부산대 20대 총장이 된 그는 당시 국내 국립대 중에서 유일하게 직선제로 선출됐다. 지역 국립대 통합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 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4년의 임기를 마치고 2020년 5월 퇴임한 전 총장은 2021년 4월 동명대 10대 총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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