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배우 에디 레드메인 “트렌스젠더 역 맡은 건 실수였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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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은 2015년 영화 '대니쉬 걸'에서 최초의 트랜스젠더 여성 릴리 엘베 역할을 맡았다. [중앙포토]

에디 레드메인은 2015년 영화 '대니쉬 걸'에서 최초의 트랜스젠더 여성 릴리 엘베 역할을 맡았다. [중앙포토]

영국 출신 남자배우 에디 레드메인(39)이 과거 트랜스젠더 여성을 연기했던 것과 관련해 “지금이라면 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레드메인은 최근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주연을 맡았던 영화 ‘대니쉬 걸’의 캐스팅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나는 좋은 의도로 영화에 참여했지만,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면 역할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망스런 캐스팅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논의에 참여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며 “대등하게 참여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런 종류의 논쟁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니쉬 걸은 1931년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던 덴마크의 풍경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릴리 엘베)의 삶을 그리고 있다. 레드메인은 이 영화의 주연인 에이나르 베게너 역할을 맡아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계에선 그의 연기를 호평했지만, 진보 성향 활동가들은 “남자 배우가 아닌 트렌스젠더 여성을 배우로 캐스팅 했어야 했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패리스 리스는 레드메인을 향해 “남자 배우가 ‘성전환 여성’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트랜스 여성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니쉬 걸의 연출을 맡았던 톰 후퍼 감독은 당시 “나의 본능은 언제나 에디였다”며 “그의 안에는 여성성을 이끌어내는 뭔가가 있다”며 레드메인을 옹호했다.

에디 레드메인은 2015년 영화 '대니쉬 걸'에서 최초의 트랜스젠더 여성 릴리 엘베 역할을 맡았다. [중앙포토]

에디 레드메인은 2015년 영화 '대니쉬 걸'에서 최초의 트랜스젠더 여성 릴리 엘베 역할을 맡았다. [중앙포토]

레드메인은 6년이 지난 시점에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의 비판에 동의한다는 취지에서 “실수”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 역시 영화 개봉 당시에는 “배우로서 성실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한다면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영국에서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영화 속에서 그에 맡는 캐릭터를 직접 연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쪽과,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는 쪽이 첨예하게 맞서며 격렬한 논쟁이 있어왔다.

레드메인은 트랜스 여성 뿐 아니라 루게릭 병을 앓았던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2014년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왔다. 최신작으로 이달 중순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한 뮤지컬 ‘카바레’에서 양성애자 역할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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