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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이준석 정말 섬뜩, 여성 피해자에 조금도 공감 안해" [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교제살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핵심은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이를 지적하지 말자는 건 범죄 근절을 포기하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또다시 ‘페미니즘’ 이슈로 충돌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2일 한 말이다. 두 사람의 설전은 장 의원이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부터 시작됐다. 장 의원은 최근 한 30대 남성이 이별 통보를 이유로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을 언급하며 “이별 통보 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개인형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 활성화와 국민 안전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개인형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 활성화와 국민 안전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자 이 대표도 페이스북에 “선거 때가 되니까 슬슬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 프레임은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적었다. 특히 이 대표는 전 남편을 살해한 여성 고유정을 거론하며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갈등화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인종차별 등 모든 차별적 담론이 이런 선동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어떤 살인 사건이든 “성 중립(gender-neutral)하게 보는 게 정답”이라는 말도 남겼다. 반면, 장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젠더기반폭력에서 대부분의 가해자는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장 의원과 일문일답.

강력 범죄는 남성도 여성도 저지를 수 있다. 특히 ‘남성’ 가해자에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정폭력, 스토킹, 교제살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폭력 범죄는 남성이 가해자로, 불평등한 젠더 의식을 기반으로 벌어진다. 여전히 여성을 소유물로 인식하고, 심지어는 ‘나를 거역하면 죽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 차원에서도 이런 범죄를 ‘젠더기반폭력’(Gender Based Violence)이라 명명해온 것이다. 이처럼 범죄의 핵심적인 특징에 대한 분석을 하지 말자는 건, 범죄 근절을 포기하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그래도 남성에 대한 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중요한 건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는 죽은 사람의 억울함이 아니라, ‘그거 내 잘못 아니야’라고 부인하는 사람들에 이입하고 있다. 논점을 ‘젠더기반범죄 근절’이 아닌, ‘남성에 대한 차별’로 돌리는 것 자체가 이 대표가 피해자의 죽음에 조금도 공감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정말 섬뜩한 사람이다.
지난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3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대표의 주장에 많은 2030 남성들이 공감하는 것이 현실 아닌가.  
2030 남성들을 괴롭히는 건 ‘여성’이 아니라 ‘기득권’이다. 이들의 분노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불평등 해소를 얘기해야 하는데, 이 대표와 같은 정치인들이 청년 남성들의 역성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분배 문제로부터 이목을 돌리고 있다.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움직임 때문에 청년들이 엉뚱한 곳에 힘을 낭비하고 있다.
정의당이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게 선거에서 득표에 방해된다는 우려도 있다.
페미니즘은 ‘성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땐 모든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인데, 5년 사이에 페미니즘에 대한 부당한 낙인들이 너무나 많이 덧씌워졌다.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당의 기치는 확고하다. 성 평등을 내세우는 게 득표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정의당이 ‘성 불평등’을 내세우며 타협할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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