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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에 고철값도 오른다…치솟는 원자재 가격, 산업계 전전긍긍

중앙일보

입력

포스코 근로자가 용광로에서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출구)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포스코 근로자가 용광로에서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출구)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원유, 석탄, 금속에 고철까지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뛰고 있다.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이 경영 악화를 우려할 정도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유가, 배럴당 80달러선까지 올라 

올해 초 40달러대에 머물렀던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올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 인도분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0.83% 상승한 배럴당 79.01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1월물은 1.2% 오른 배럴당 81.2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인도 등에 전략적 비축유(SPR) 공급을 요청했다는 소식에도 유가는 오히려 올랐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추가 증산의 여력이 없어 석유 수급난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유연탄·고철 가격도 급등

주요 업종 원자재 구매 가격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업종 원자재 구매 가격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연탄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제 시세 기준인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t당 114.51달러를 기록했다. 50달러대였던 올해 초와 비교해 두배 넘게 올랐다. 중국 정부가 석탄 채굴량을 제한하면서 공급량이 줄자 전 세계 석탄 가격이 치솟고 있다.

고철(철스크랩)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의 여파로 고철과 전기로를 이용한 철강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기로에서 고철을 녹여 철을 만들면 철광석을 쓸 때보다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로 줄어든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국 철스크랩 평균 가격은 19일 기준 톤당 58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9일에는 고철값이 13년만에 6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가 부담에 기업 고민 커져 

쌍용C&E의 동해공장. [사진 쌍용C&E]

쌍용C&E의 동해공장. [사진 쌍용C&E]

기업들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원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시멘트업계의 경우 유연탄 가격 급등에 고민이 크다. 유연탄 값이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와 같은 양의 시멘트를 생산할 경우 유연탄 구매 비용이 약 5000억원 추가될 것 전망이다.

철강업계 역시 유연탄과 고철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쇳물 1t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 1.6t과 유연탄 0.7t이 필요하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40%로 상향된 상황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철을 활용한 전기로 사용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배터리업계도 알루미늄, 니켈 등 원자재 품귀 현상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석탄 채굴량을 제한하며 전력난이 심화하자 현지 제련공장의 가동률이 낮아졌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며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의 금속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원자재 품귀와 가격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품 가격 상승시 소비자 부담 커져

원자재 가격 급등이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수출 주력 업종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8곳(83%)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 감소 등 경영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증가한 기업의 절반 이상(65.2%)은 제품 가격 인상(34.1%), 원자재 외 원가 절감(31.1%)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 기업의 76.1%는 원자재값 상승세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는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은 원자재의 수입 비중이 높아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취약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수입관세를 인하해 생산자 물가를 안정화하고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해외자원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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