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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편집자, 고전에 꽂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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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호 21면

평균의 마음

평균의 마음

평균의 마음
이수은 지음
메멘토

작가 김혼비는 추천의 글에서 “똑같은 책을 읽으면서 이수은이 이토록 치열하게 세상과 타자를 타당하게 이해할 결정적 진실들을 길어 올리는 동안 나는 대체 뭘 읽은 거지”라고 평했다.

책은 베테랑 편집자인 이수은의 고전 독서 에세이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돈키호테』, 『베니스의 상인』 같은 유명 고전을 비롯하여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 조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 등 생소한 책들도 다룬다.

‘저마다의 극단을 사는 현대인을 위한 책읽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저자는 “인간은 항상 똑같이 행동하지 않아, 언제든지 자기 자신에게조차 생소하고 낯선 존재가 될 수 있다. 평균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 데도 없는 허구”라고 썼다. 딱딱한 고전에서 인간 마음의 보편성을 탐구했다. 해박한 지식과 유머, 통찰력이 돋보인다.

인간 본연의 심성을 탐구한 소설가. 헤밍웨이. [중앙포토]

인간 본연의 심성을 탐구한 소설가. 헤밍웨이. [중앙포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27년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단편소설집을 냈다.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 남자가 자주 등장한다. 헤밍웨이의 어린 시절과 관계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겉으론 남자다웠지만 부인에게 꼼짝 못 했다. 아버지는 권총 자살을 했고 어니스트는 어머니와 연을 끊었다. 헤밍웨이는 자식들이 할머니와 만나는 것을 금지했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어머니를 증오했다. 저자는 “남자다움으로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헤밍웨이 부자에게는 상처 그 이상, 남성성에 대한 모욕이었다”고 평했다. 헤밍웨이의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동성애 혐오는 이 두려움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인간 본연의 심성을 탐구한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중앙포토]

인간 본연의 심성을 탐구한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중앙포토]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인간은 본성인 악을 자발적으로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드러난 주제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전체주의적 사고가 무적의 장악력을 얻는 이유는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란다. 평범한 다수는 정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학습할 기회도 없었고, 다른 논리나 설득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는 거다. 그 무지와 몰상식이 파시즘 시절의 독일 국민처럼 악의 평범성을 낳았다고 저자는 썼다. 그러니까 평등과 공정에 열광할 뿐 그 실제를 숙고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 파시즘의 선동자는 될 수 없더라도 실행자는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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