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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내 중증환자 비수도권 이송" 현장선 "말은 쉬운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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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앞으로 1시간 이내 거리의 지방 병원으로 이송되는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가 많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수도권 병상 대란에 비수도권 병상의 70%까지는 수도권 환자와 같이 쓰겠다고 밝혔다. 1시간 이내 이송을 원칙으로 구급차로는 충청권, 헬기를 동원해 경북권까지도 환자를 옮기겠다는 건데, 현장에선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비수도권 하나로…의료 역량 총집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9일 ‘수도권 의료대응 강화대책’를 발표하며 수도권,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않고 병상을 통합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수도권, 비수도권이 하나가 될 것”이라며 “대구·경북, 또 대전에서 환자가 많이 생겼을 때 수도권과 (병상을) 공동 활용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증가에 대응한 코로나19 병상 확보와 병상 효율화 방안 등 의료대응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증가에 대응한 코로나19 병상 확보와 병상 효율화 방안 등 의료대응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하는 건 수도권 중증환자 병상이 간당간당해져서다. 18일 기준 150병상(21.8%)만 남았다. 병상 대기 환자도 늘고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집에서 병원 입원과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하루 넘게 기다리는 수도권 환자는 520명에 달한다. 전날(423명)보다 100명 넘게 늘었다. 대기 중 사망한 확진자도 이달에만 6명이다. 4명은 확진 후 하루가 지나지 않은 환자였고 2명은 하루 넘긴 이들이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자 상태를 고려하며 1시간 이내 이송 가능한 지역을 원칙으로 비수도권의 병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1명의 환자라도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역량을 총집중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환자도 안전한 상태로 이송” 

이기일 실장은 “권역 내에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중환자라 하더라도 인근에, 너무 멀지 않은 충청권이라든지 헬기로 오게 되면 경북권 이송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환자 경우도 산소호흡기 등 장치가 충분히 갖춰지고 환자 상태가 안정되어 있다면 안전한 상태로 이송이 가능할 것”이라며 “중등증 환자는 앰뷸런스를 통해서 다소 용이하게 이송이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당국에 따르면 중환자 이송이 가능한 소방 헬기는 총 31대이며, 그 중 응급의료헬기는 11대 운영중이다. 인공호흡기가 탑재된 구급차는 379대 가용 가능하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원장은 “비수도권은 아직 중환자 부담이 수도권에 비해 덜하기 때문에 아직 의료 역량은 많이 갖춰져 있다”며 “서울 시내에 존재하는 중환자 이송체계(SMICU) 시스템과 소방헬기 시스템을 이용해 1시간 또는 2시간 이내 역량이 갖춰진 국립대학교 중환자실로 이송해 수도권에 중환자 역량을 지속해서 확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장시간 이송 과정에서 환자 상태가 악화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하며, 인공호흡기를 갖춘 응급 이송차의 확보나 동승 의료인력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수도권 의료대응 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수도권 의료대응 병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시간 이내 기저질환 고려해 체계 수립해야”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환자는 혈압, 맥박, 호흡 등의 바이탈 사인(활력징후)이 흔들리는 환자”라며 “그런 환자를 태우고 누가 갈 것이며 말이 1시간이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훈 대한중환자의학회 홍보이사(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공호흡기 단 감염병 환자 이송은 방호복을 입고 간호사 1명, 의사 1명이 붙어야 해 상당히 어렵다”며 “상태가 좋아져 적어도 산소마스크나 비강 캐뉼라(코에 꽂아 산소를 공급하는 튜브) 정도 해야 이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형 상급종합병원협의회회장(경희대병원장)은 “환자의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됐을 때 바로 스텝다운(step down) 해서 준중증 병상이나 중등증 병상으로 이송할 수 있는 이송체계만 잘 갖추어지면 중환자 병상의 수용 능력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1시간 이내의 거리에 환자의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서 이송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훈 이사는 “보호자 입장에선 원거리 이송을 원하지 않을 수 있으니 기준을 만들어 그에 맞는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한 단계 밑인 준중환자실로 갈 수 있고 그곳이 꽉 차면 외부로 이송할 수 있다고 미리 정부가 국민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가 끝났거나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전원·퇴원을 거부하면 환자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병상확보 행정명령을 통해 확보한 준중증 병상 452개와 중등증 병상 692개 등 총 1144개 병상은 이른 시일 내 확보하기로 했다.

“중환자 병원 지정해 환자 몰아야”

정기석 교수는 그러나 “정부가 마른 수건 쥐어짜는 듯한 미봉책만 내놨다”라고 지적했다. 이제라도 중환자 독립 병동을 만드는 것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19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외부주차장에 위중증 환자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뉴스1

19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외부주차장에 위중증 환자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정 교수는 “병원을 하나 지정해서 건물 전체를 중환자 집중치료시설로 만들어 중환자를 몰아넣고 상급종합병원 교수들을 파견하면 같은 인력으로 환자를 두 배로 볼 수 있다”며 “모듈 병상(중환자용 야외병상)이 될 수도 있고 서울 시립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등을 비워서 환자를 보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요양·정신병원 및 시설에는 접종 완료자에 허용해온 대면 면회를 중단하고, 수도권의 감염 취약시설 종사자는 주 2회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매일 신속 항원검사를 하기로 했다. 집단감염이 연일 터지는 요양병원에 추가접종을 오는 26일까지 서둘러 끝내기로 했다.

이기일 실장은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하므로 앞으로 3주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체 접종하게 하지 말고 백신 버스로 요양병원마다 돌아다니면서 속도를 내야 한다”며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병원이라도 비감염자에는 추가접종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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