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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회담뒤 '中올림픽 보이콧' 꺼낸 바이든 "인권 탄압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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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이징 겨울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베이징 겨울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내년 2월 열리는 중국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 보이콧은 올림픽에 미국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관료나 정치인으로 구성된 정부 사절단은 불참하는 것을 말한다.

美선수단은 파견, 정부 대표 불참 가능성 #남북 관계 개선 韓 정부 구상 차질 불가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베이징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고려 중인 사안"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한 지 사흘 만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이 결정을 내리도록 시간을 주고자 한다"면서 "언제까지 결정될 것이라는 시한도 현재로써는 예상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갈등이 아닌 경쟁을 지향하며, 경쟁할 때 경쟁하고 협력할 때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알다시피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말뿐만 아니라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그리고 제재 부과 등을 통해 신장에서의 인권 유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도 보였다"면서 "우리의 참석 여부를 검토하는 데 있어 분명 다양한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여부를 결정한다면 그 이유는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 문제와 관련 있다는 취지다.

그동안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홍콩 및 신장 등지에서 자행한 인권 침해와 관련해 베이징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적 보이콧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명확한 입장을 표명을 자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아직 초대받지 않았다는 식으로 답변을 피해갔다.

시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을 마친 뒤 외교적 보이콧을 거론한 것은 미·중이 회담을 통해 의도하지 않은 충돌을 피하고, 상호 소통과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해와 착오로 인해 예기치 않은 갈등이나 충돌이 불거질 리스크가 줄었다는 의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베이징 올림픽에 초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회담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자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사키 대변인은 "회담 중에 올림픽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회의 중에 논의된 주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 중국 정부의 인권 관행에 대해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밝힌 바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중국 인권 문제를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정치적 보이콧을 할 가능성을 전하면서 이달 중으로 방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하면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한국 정부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베이징에서 남북 정상,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가운데 종전선언이나 그에 준하는 긴장 완화 모멘텀을 찾으려는 기대가 있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불참하면 그 가능성은 멀어지게 된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 불참 사유가 중국 정부의 인권 유린 등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경우 주최국에 사실상 경고의 메시지도 담고 있어서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진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겨울 올림픽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을 초대해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튼 것처럼 베이징 올림픽을 종전선언 등을 통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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