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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때까지 한달 월세" 학생들 돌아오자···대학가 다시 '불야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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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학 점퍼 입은 학생으로 카페·식당 ‘북적’

지난 17일 오후 8시쯤 전북 전주시 전북대 옛 정문 앞. 형형색색 전등이 켜진 상점가 곳곳이 인파로 붐볐다. 전북대 영문 이름(JEONBUK UNIV)이 적힌 점퍼를 입은 학생 등이 몰린 음식점과 카페 등은 빈 좌석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북대가 위드 코로나를 맞아 최근 대면 수업 비율을 60%까지 늘린 데 따른 현상이다. 전주대·우석대 등 전북 지역 다른 대학도 최근 30명 이하 소규모 강의 등을 중심으로 강의실 수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북대 앞 거리가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북대 등 대학이 대면 수업이 늘면서 캠퍼스 주변 상가도 매출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전북대 앞 거리가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전북대 등 대학이 대면 수업이 늘면서 캠퍼스 주변 상가도 매출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전북대 앞에서 23년째 분식집을 운영해온 A씨(63·여)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 홀 서빙 알바생은 엄두도 못 냈다”며 “최근 대면 수업을 늘리면서 학생 손님이 증가해 그나마 숨통이 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방침에 따라 각 대학이 대면 수업을 늘리면서 지역 상권이 활기를 찾고 있다. 또 대학 축제나 행사도 부활하는 등 캠퍼스가 점차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다.

대구시 달서구 계명대 주변 상가도 모처럼 생기가 돌고 있다. 계명대 앞 음식점인 '롤모델' 주인 권태혁씨는 "요즘 점심때와 저녁때는 빈자리가 없다”며 "조만간 아르바이트 인력 2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식점 "알바생 2명 채용 계획"

계명대는 지난달 27일 모든 수업을 대면 수업으로 바꿨다. 계명대 관계자는 "110여개 학과(계열) 모두 대면 수업을 함에 따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거나 마찬가지"라며 "중간고사를 포함해 대면 수업을 진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학내 감염자는 없다"고 전했다.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 2학기 학생 참여 주간을 맞아 체험부스를 찾은 학생들이 힘껏 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학생들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캠퍼스 활동을 재개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 마련됐다. 뉴스1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 2학기 학생 참여 주간을 맞아 체험부스를 찾은 학생들이 힘껏 펀치를 날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된 학생들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다양한 캠퍼스 활동을 재개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 마련됐다. 뉴스1

부산대 근처 상가 골목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에는 대부분 1~2명씩 다녔는데 이달부터 4~5명씩 무리 지은 대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부산대 경영학과 2학년 이모(21)씨는 “11월부터 2개 과목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밥 먹으러 가곤 한다”며 “도서관에서 대충 점심을 때울 때보다 삶에 활기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부산대 북문에 있는 맛집 골목 ‘북맛골’에서 11년째 알밥 덮밥집을 운영하는 이일난(66) 대표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1일 아르바이트생 1명을 채용했다”고 전했다.

충남대 주변 궁동 골목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충남대가 대면 수업 비율을 높이면서 상인들은 "이제 좀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대 주변 궁동 골목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충남대가 대면 수업 비율을 높이면서 상인들은 "이제 좀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면 수업 본격화로 매출 3배 뛰어" 

충남 논산시 건양대 앞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호진씨는 “건양대 측이 위드 코로나에 맞춰 대면 수업을 확대하면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보다 손님이 3배 정도 늘었다”며 “배달 주문 등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여서 조만간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채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양대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현진씨는 “중소도시인 논산은 대학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고객이 40%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캠퍼스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캠퍼스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건양대는 지난 9월 48% 수준이던 대면 수업 진행률을 최근 83%까지 늘렸다. 건양대는 지난 15일 전공과목 필수 대면 수업 조건을 45명 이하까지 완화했다. 충남대는 전체 강의 가운데 69.3%를 대면과 비대면 혼합으로 진행하고 있다. 건양대 글로벌의료뷰티학과 3학년 김홍지씨는 “대면 수업을 하니 캠퍼스에서 친구들을 만나 과제도 상의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건양대는 기숙사 입사율도 크게 올랐다. 지난 9월 말 33.8% 수준이던 논산캠퍼스 창의융합캠퍼스의 입사율이 82.1%까지 늘어났다. 대전 메디컬캠퍼스의 입사율도 91.7%에 달한다.

충남대 주변 궁동의 한 식당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식당 주인은 "고객 대부분 충남대 학생"이라고 전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대 주변 궁동의 한 식당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식당 주인은 "고객 대부분 충남대 학생"이라고 전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학가 한 달 원룸 사용 늘어

코로나19로 줄었던 원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충남대 인근인 대전시 유성구 궁동지역은 대면 수업에 대비해 학기가 끝나는 다음 달까지 두 달만 쓰기로 하고 방을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양대 앞 한 카페가 대학생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건양대 앞 한 카페가 대학생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한남대는 대학가 주택 임대 업자에게 “한 달이라도 계약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학생들이 방을 구하는 데 동행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한남대 관계자는 “학기 도중 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학생 등은 대면보다 비대면 수업을 원한다”며 “대면 수업을 하는 학생을 위해 한 달 단위라도 방을 세놓으라고 임대 업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캠퍼스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멈췄던 축제도 재개될 조짐을 보인다. 영남대는 18일부터 19일까지 천마아트센터에서 가을축제인 ‘천마 대동제·들풀제’를 연다. 영남대는 방역을 위해 제한된 학생들만 입장시킨 뒤 가수 공연, 동아리밴드 페스티벌, 골든벨 대회 등을 진행한다. 경북대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학교 축제인 대동제를 개최한다.

"단계적 일상회복 상황봐가며 해야"

부산 동의과학대학교가 18일 교내 헌혈의 집에서 '사랑의 헌혈 릴레이' 행사를 열었다. 송봉근 기자

부산 동의과학대학교가 18일 교내 헌혈의 집에서 '사랑의 헌혈 릴레이' 행사를 열었다. 송봉근 기자

그동안 멈췄던 대학가 단체 헌혈도 재개됐다. 부산 동의과학대는 18일 교내 헌혈의 집에서 '사랑의 헌혈 릴레이' 행사를 열었다. 학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든 단체 헌혈로 인한 혈액수급 부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단체 헌혈에 나서게 되었다" 고 밝혔다. 이 행사는 19일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18일까지 이틀 연속 3000명을 돌파하는 등 감염세가 확산함에 따라 “방역에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전국 확진자는 지난 17일 3187명에 이어 18일에도 3292명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17일 오후 5시 현재 전국 중증환자 전담 병상 1127병상 중 63.8%(719병상)가 가동 중이다.

충남대 남해성 교수(예방의학과)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한다고 해서 방역까지 느슨하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오는 12월과 내년 1월이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단계적 일상회복 완화도 상황을 봐가며 서서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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