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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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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찍먹 대 부먹. 탕수육에 소스를 뿌려 먹을까, 아니면 먹을 때마다 소스에 찍어 먹을까. 탕수육을 둘러싼 흔한 논쟁이다. 그런데 최근 ‘찍먹’에 새로운 의미가 생겼다. 음식을 맛보기 전 소스를 살짝 찍어서 간을 보듯,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 테스트 시간을 갖는다는 뜻이다. 게임 업계에선 쓰인 지 이미 오래고, 지난 12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며칠 전 지하철에서 들은 20대 청년들의 대화를 예로 들면 이렇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둘 다 봐? 그러면 월정액 부담이 너무 큰데.” “난 일단 넷플릭스 끊고, 새로 오픈한 디즈니플러스 ‘찍먹’ 하려고. 한 달간 보고 싶은 거 잔뜩 몰아서 본 다음 결정할 거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뿐 아니라 국내 OTT 업체들의 구독료까지 계산하면 월정액이 만만치 않으니 이것저것 ‘찍먹’하면서 효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로고.

넷플릭스 로고.

디즈니플러스 로고.

디즈니플러스 로고.

탕수육 얘기로 되돌아가면, 요리연구가이자 ‘탕사모(탕수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멤버인 홍신애씨는 “탕수육 ‘찍먹 vs 부먹’ 논쟁은 배달문화 때문에 생겼다”며 “오래전부터 중국집에서 탕수육을 만들 때는 손님에게 내기 바로 전, 튀긴 고기와 소스를 프라이팬에서 함께 볶아냈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볶먹’이 오리지널”이라고 했다. 탕수육을 어떤 스타일로 먹을지는 먹는 사람의 취향에 달렸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셰프의 솜씨와 정성이다. OTT 이용자가 바라는 것도 ‘오징어 게임’처럼 잘 빚은 K콘텐트가 더 많아지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