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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언제 기다려"…2000년대 입주 아파트 리모델링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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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에 건설사들이 내건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뉴스1

서울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에 건설사들이 내건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뉴스1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롯데캐슬갤럭시1차' 아파트는 이달 초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했다. 한남대교 남단에 위치한 256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이미 옛 설악아파트 1·2동을 재건축해 2002년 입주했다. 재건축 이후 19년밖에 지나지 않은 이 단지가 리모델링에 성공하면 '재건축 후 리모델링'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총 93개 단지(6만7243가구)로 지난해 12월 54개 단지(4만551가구)였던 것과 비교해 10개월 만에 72%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롯데캐슬갤럭시1차(2002년)처럼 2000년 이후 준공한 단지는 잠원동아(2002년) 등을 포함해 8개 단지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지 않은 단지는 전체의 80.6%(75곳)으로 나타났다. 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조합 설립 전인 추진위원회 단계까지 포함하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01~2004년 준공한 부산 남구 용호동의 LG메트로시티(7374가구), 2003년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메트로팔레스(3240가구) 등 지방의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리모델링을 위한 추진위를 설립한 상태다.

리모델링의 가장 큰 장점은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하다는 점이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이 지나고 안전진단에서도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이 지나면 추진할 수 있다. 안전진단도 수직증축은 B등급, 수평증축은 C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도 66.7%로 재건축(75%)보다 낮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데 관심이 많다"며 "재건축을 위해 불편함을 감내하며 10년을 더 기다리는 것보다 좀 더 빨리 리모델링을 하자는 입장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수주 경쟁에 뛰어든 건설사들은 준공 후 15년 이상된 아파트를 주 영업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30~40대 젊은 소유주들이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며 "지금처럼 집값 상승기에 사업을 빨리 추진하는 것이 사업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젊은 소유주들이 SNS 등을 통해 소통하다 보니 사업 추진이 빨라지고 의견을 모으는 일도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며 "30~40대 소유주는 은퇴 시기 소유주보다 소득 수준이 일정 기간 유지되기 때문에 분담금 문제에도 비교적 유연한 편"이라고 밝혔다.

 2013년 워커힐 일신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서울 워커힐 푸르지오. [중앙포토]

2013년 워커힐 일신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서울 워커힐 푸르지오. [중앙포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지난 5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에 리모델링 활성화를 담았다. 서울시는 지난 3일 리모델링 사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2025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용적률 완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고 내부 지침으로만 적용해 왔던 것을 이번에 구체화했다. 성남시도 리모델링 지원센터 설치와 단지별 컨설팅 지원 등 행·재정적 리모델링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미 최대 용적률로 지어져 사업성이 부족한 단지들의 경우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 리모델링을 유일한 대안으로 여기는 분위기"라며 "주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재건축과는 달리 리모델링 단지의 경우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재건축보다 일반 분양 가구가 작아 조합원 분담금이 높은 편이다.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으로 일반 분양 가구를 늘릴 수 있지만 수평 증축보다 안전진단 절차가 까다롭다. 지금까지 수직 증축을 허가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이동훈 위원장은 "최근 강남구 대치동 대치2단지 등 수직 증축 리모델링에 도전하는 단지가 서울에 3곳 이상"이라며 "현재 수직 증축 기술을 검증하고 있는 데 성공한다면 리모델링 사업성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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