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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ㆍ‘크라켄’에 GPS유세차…프로그래머 이준석의 존재감 부각법

중앙일보

입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영 디지털정당위원장이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행사에서 비단주머니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영 디지털정당위원장이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행사에서 비단주머니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통상 대선을 앞두고 후보가 선출되면 후보에게 당의 사무를 주도할 수 있는 ‘당무우선권’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당 대표의 존재감은 희미해지는 게 통례다. 특히 보수계열 정당에선 “이회창 총재 이후 이명박ㆍ박근혜ㆍ홍준표 후보를 선출했을 때 당무우선권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논란을 벌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모든 권한은 후보에게 있다”(16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고 여겨져왔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를 둘러싸고선 ‘당무우선권’이라는 단어가 번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문제로 갈등양상을 빚는가 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연일 토론에 나서며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이 대표가 특히 존재감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부분은 그의 ‘비단주머니’에서다. 앞서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당의 비상 계책을 담은 상징적인 존재로 언급됐던 비단주머니 가운데 1호인 ‘크라켄’이 지난 14일 공개됐는데, AI를 바탕으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댓글조작을 감지, 신고하는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비단주머니’ 2호로 알려진 ‘AI윤석열’은 윤석열 후보 아바타를 지역 유세현장에서 동영상으로 띄우는 방안이다. AI기술을 통해 텍스트만 입력하면 윤 후보의 아바타가 이를 읽는 형태로 영상이 구현될 예정인데, 이를 위해 윤 후보가 13일 직접 이 대표와 만나 전신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먼저 직접 해당 프로그램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2030세대의 유세로 주목 받았던 ‘오픈마이크’도 재현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GPS로 지역 곳곳에 있는 유세차의 위치를 찾은 뒤, 시민들이 비어있는 유세차에 연설을 ‘신청’해서 실시간으로 올라가 유세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7일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오 후보 옆은 이준석 오세훈 캠프 뉴미디어본부장. 오종택 기자

지난 4월 7일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운데)가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오 후보 옆은 이준석 오세훈 캠프 뉴미디어본부장.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는 이용자들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정책을 제공하는 이른바 ‘찾아가는 정책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미국 대선에서 활용돼 온 ‘마이크로 타깃팅(데이터 마이닝 기법으로 개별 유권자 추적)’ 방식을 차용해 어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 등을 새로 개설한 뒤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 유권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정책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이영 디지털정당위원장은 “선대위가 구성되면 후보 앞에서 준비한 서비스들을 선보인 뒤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비단주머니’엔 그의 전공을 살린 선거전략들이 구현됐다.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교육 관련 벤처기업 창업가이자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이 대표는 앞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도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2030세대 포섭을 위한 온ㆍ오프라인 기획을 도맡았다.

그의 행보를 두고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윤 후보 측 일각에선 “관례가 없던 일인데, 후보보다 대표가 더 돋보이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14일 당 디지털정당위원회가 유튜브 ‘오른소리’에 공개한 ‘오징어게임’ 패러디 홍보영상에도 “이 대표가 대선후보냐”는 비판적인 댓글이 다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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