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고아-후원자 모두 밝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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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달 30일 KBS-1TV가 마련한 특집『90 KBS 사랑의 삼각 끈』은 모처럼 공영방송의 기능과 영향력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해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는 말 그대로 정이 그리운 양로원 노인, 부모 없는 고아,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후견인을 하나의 끈으로 묶어 한가족의 따스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끔 한다는 게 기본취지.
진행은 관계전문가들의 좌담, 서울과 지방에서 살아 숨쉬는 삼각 끈 가족의 정겨운 생활모습 공개, 서울·부산·광주·제주 등 전국9개 지역총국을 차례로 연결해 보여준 삼각 끈 가족 소개 및 간단한 축하행사 등의 순으로 무리 없이 넘어갔다.
특히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양로원노인, 10대 국민학생 고아, 택시기사 등 이 프로를 통해 맺어진 노인·고아·후원자들의 밝은 표정에서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정과 출연한 노인들이 『이젠 정말 살만합니다』며 가끔씩 터뜨리는 잔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혼잣말 등은 오랜만에 맛보는 감동의 순간들이었다.
이 같은 면에서 이 프로를 포함, 공영방송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회의 소외됐던 분야를 소화해야하는지 나름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일요일오후 늦은 시간전국을 대상으로 한 2시간30분 동안의 근래 보기 드문 장시간 생방송에도 불구, 자칫 늘어지기 쉬운 캠페인 성 프로를 내용의 참신성 못지 않은 활기 있는 진행으로 끌어간 점이 돋보인다.
좋은 내용을 담는 그릇 역시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고 보면 오랜 시간 진행되는 프로가 종종 안고 있는 따분함과 딱딱함을 친근감 있는 가수·코미디언들의 재치로 끌고 가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린 것은 괜찮은 발상이었던 셈.
반면 아쉬운 점도 간혹 눈에 띈다. 진행자들의 절반이 인기가수·코미디언들이다 보니 삼각끈 결연 내용의 진지함과 의미를 알기보다는 다소 오락성에 기운 것은 서울 등 주요지역을 연결하면서까지 진행한 당초 의도와는 다소 빗나간 듯 하다.
또 현재 국내 복지현황의 정확한 설명 없이 보사부·서울시 등 정책 부서의 책임자들이 보여준 천편일률적인 선전성 답변은 미흡하게 느껴지는 점이 많았고 각계원로들의 격려 중 운보 김기창 화백의 얘기가 개인사정상 또렷이 전달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 보조자막 등 시청자들의 편의도 고려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프로가 사회각층의 충분한 지원 없이 올해 첫 행사를 치렀다는 등 어려움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부족함은 옥에 티라 할 수 있고 공영방송의 순기능 적인 측면이 오랜만에 드러난 역작임에 틀림없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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