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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룰 수 없는 CCUS…이산화탄소부터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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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가 14일 끝났다. 회의 합의 내용이 기후 위기를 막기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많지만, 진전도 있었다. 당사국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하고, 21세기 중반에는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고,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철폐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한국도 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줄인다는 국가 감축 목표(NDC)를 발표했고,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도 제시했다. 물론 이를 달성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후재앙 막는 최후 해결책 주목
2030년 연간 1030만톤 감당해야
동·서해에 유력한 처분 장소 확인
일반 쓰레기 처리법과 원리 같아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 설치된 50m 높이의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 흡수제 아민을 사용해 하루 2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사진 중부발전]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 설치된 50m 높이의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 흡수제 아민을 사용해 하루 2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사진 중부발전]

온실가스 포집·이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CCUS)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간 1030만 톤, 2050년에는 연간 5510만 톤(탄소 중립 시나리오 A안), 또는 8460만 톤(B안) 이상의 온실가스를 CCUS로 처리할 계획이다. CCUS로 처리할 1030만 톤은 2030년까지 앞으로 줄여야 할 연간 2억9100만 톤의 3.5%로,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그렇다면 CCUS는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온실가스인 CO₂를 폐기물 혹은 재활용 자원으로 본다면 CCUS는 익히 알고 있는 쓰레기 처리와 원리가 비슷하다. 우선 음식물·플라스틱 쓰레기처럼 발생량을 줄어야 한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는 물론이고 화력발전소·자동차·냉난방에서도 배출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지금도 유류세가 붙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종량제 봉투를 사는 것처럼 탄소세가 도입될 수도 있다.

탄소에서 녹말 합성하는 기술도 개발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는 필수다. 발전소·공장 굴뚝 등 CO₂ 농도가 높은 곳에서 흡수제나 분리막을 이용해 CO₂를 포집한다. 분리한 CO₂는 화학물질 합성에 사용하거나, 다른 공정의 원료로 활용한다. 미생물을 이용해 CO₂에서 녹말을 합성하는 기술도 개발됐고, CO₂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기업도 있다. 규모를 확대하고,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과제다.

재활용이 안 된 CO₂는 쓰레기를 매립하듯 폐유전·폐가스전이나 염수가 고인 지층에 묻는다. CO₂를 묻는 지층 위에는 단단한 불투수층이 있어야 한다. 쓰레기를 묻을 때 침출수가 새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과 같다.

지난 9일 K-CCUS추진단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광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직무대행은 “현재까지 국내에는 동해 가스전(울릉분지)과 서해 군산분지 등에 7억3000만 톤의 CO₂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연간 2400만 톤을 30년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다. 정부도 최근 2030년까지 최대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마련했다.

바다 밑에 CO₂를 묻기 위해서는 파이프라인 설치나 운반선 건조도 필요하다. 지난여름 포스코와 현대미포조선 등은 세계 최초로 대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권이균 K-CCUS 추진단장은 토론회에서 “과거에는 CCUS를 둘러싸고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공감대가 형성됐고,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속 주입한 CO 누설 대비해야

경북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 앞 약 5㎞ 해상에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CO₂) 지중 저장 실증 사업 플랫폼’이 가동을 중단한 채 서 있다. 이 사업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여파로 가동이 중단됐다. [뉴스1]

경북 포항시 영일대해수욕장 앞 약 5㎞ 해상에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CO₂) 지중 저장 실증 사업 플랫폼’이 가동을 중단한 채 서 있다. 이 사업은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여파로 가동이 중단됐다. [뉴스1]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당연한 얘기지만 땅속에 주입한 CO₂가 누설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과거 쓰레기 매립장에서 둑이 터지고, 바닥으로 침출수가 새 나온 것과 같은 일은 없어야 한다. 주민 수용성 확보도 필요하다. 지열 발전을 위해 땅속에 물을 주입하는 바람에 포항 지진이 발생한 것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반대할 수도 있다. 2025년부터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이 본격화할 예정이지만, 예정보다 늦어질 경우 국내에서 배출된 CO₂를 해외로 옮겨서 묻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도 오래전부터 CCS를 추진했지만,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처럼 CCS가 침체했다. 2010년 전 세계 CCS 프로젝트는 77개였지만, 2017년에는 오히려 37개로 줄었고, 최근에는 다시 65개로 늘어났을 뿐이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CCS에 대한 연구·투자가 줄어든 탓이다.

세계적으로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연간 100억 톤의 CO₂를 CCS로 처리해야 할 전망이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현재 상업적으로 진행 중인 CCS는 연간 4000만 톤 규모에 불과하다. 이달 초 국제 저널 ‘하나뿐인 지구(One Earth)’에 게재된 논문에서 영국 연구팀은 “급격한 정책 변화 없이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에도 연간 7억 톤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더라도 철강·시멘트 등 산업공정에서 CO₂가 배출되기 때문에 CCUS는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CCUS만 믿고 CO₂ 감축 노력을 소홀히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중국만 믿고 마구 버리다 곤란을 겪었던 2018년 수도권 비닐·플라스틱 대란이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