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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 마시고 졸도, 중국 음료 소비 트렌드가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밀크티 10잔 마시고 쓰러진 中 남성

최근 광둥성 선전에 사는 왕 씨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다 집안에서 쓰러졌다. 이후 검사를 통해 왕 씨의 뇌 속에서 15cm 가까운 정맥 혈전 색전증이 발견됐고, 왕 씨의 혈전 제거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 후 19일간 입원을 한 뒤 안정을 되찾은 왕 씨는, 앞으로 반년 더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출처=바이두]

[사진출처=바이두]

왕 씨의 수술 집도의는 그가 쓰러진 이유로 ‘밀크티’를 꼽는다.

의사는 왕 씨의 병세가 밀크티를 즐겨 마시는 평소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왕 씨가 밀크티를 자주 마시는 반면 물은 잘 마시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아 혈액의 끈적거림이 증가해 혈전 발생 위험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왕 씨의 밀크티 사랑은 6년째 이어져 왔다. 그는 하루 최소 밀크티 3잔은 기본이고, 심하면 10잔을 마신 적도 있었다.

왕 씨의 소식은 중국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30개에 달하는 매체가 왕 씨의 사건을 일제히 보도했고, 웨이보 핫클릭에도 올라 8672.8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해당 소식을 클릭했다. 이후 “사람들은 왜 밀크티에 중독되는가(奶茶為何讓人上癮)”, “밀크티 과음이 초래하는 질병(奶茶喝多易引發哪類疾病)” 등의 검색어가 연이어 웨이보 핫클릭을 차지했고, 밀크티의 단점을 부각한 각종 이미지/영상들이 인터넷을 달궜다.

(좌) 밀크티 처음 마심 (우) 밀크티 6개월간 마심 [사진출처=웨이보]

(좌) 밀크티 처음 마심 (우) 밀크티 6개월간 마심 [사진출처=웨이보]

주걸륜을 합성해 밀크티 부작용을 과장되게 나타냄 [사진출처=웨이보]

주걸륜을 합성해 밀크티 부작용을 과장되게 나타냄 [사진출처=웨이보]

(좌) 일반인 (중) 너의 친구 (우) 너 [사진출처=웨이보]

(좌) 일반인 (중) 너의 친구 (우) 너 [사진출처=웨이보]

1인당 월평균 4.1잔, 순항 중이었던 중국의 밀크티 시장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중국의 밀크티 업계는 나름대로 순항 중이었다. 아이미디어컨설팅(艾媒咨詢)에 따르면, 2019년 중국 밀크티 시장 규모는 2044억 8000만 위안(한화 약 37조 7061억 원)이고, 2020년 코로나 19 여파로 1840억 3200만 위안(한화 약 33조 9429억 원)까지 축소되었으나, 2021년에는 다시 반등하여 2800억 위안(한화 약 51조 6432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총 32만 4200여 개의 밀크티 관련 기업이 있으며, 최근 몇 년간 밀크티 관련 기업의 신규 등록량은 급속도로 증가하여 2020년에만 8만 5400여개의 기업이 밀크티 산업에 뛰어들었다. 2021년 1~4월 기간 신규 등록 기업은 2만 8400여 개로 전년 동기 대비 60%나 증가했다.

소비층 분석을 보면, 주링허우(九零後, 90년대 이후 출생자)와 링링허우(零零後, 00년대 이후 출생자) 가 전체 밀크티 소비자의 70% 가까이 차지했고, 남성보다 여성의 비중이 높았다. 또 중국 소비자의 76.1%는 월 1~5회, 14.2%는 6~10회, 9.7%는 10회 이상 밀크티를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4.1잔의 밀크티를 마시는 것이다.

고열량에 첨가제 범벅인 밀크티, 언제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렇듯 밀크티는 일찍이 중국의 국민 음료로 자리 잡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왕 씨 사건을 통해 밝혀졌듯 고열량에 첨가제 범벅인 음료임은 부정할 수 없다.

2018년 중국 CCTV가 상하이 27개 주류 밀크티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밀크티 한 컵에 각설탕 13개와 맞먹는 당류가 들어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루 권장량이 25g인데, 밀크티 한 잔에는 평균 33g의 설탕이 들어있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밀크티에는 이름과 다르게 우유와 차가 들어있지 않았으며, 순 첨가제로 맛을 낸 것들이 많았다.  밀크티에 들어있는 카페인 함유량 역시 1일 권장량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밀크티와 다른 음식 간의 열량 비교 [사진출처=웨이보]

밀크티와 다른 음식 간의 열량 비교 [사진출처=웨이보]

밀크티 졸도 사건으로 본 소비 트렌드 변화

왕 씨 사건이 중국에서 화제가 된 이면에는 소비자들의 변화된 인식이 반영되었다. 갈수록 건강을 고려하는 중국 내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그간 개의치 않았던 밀크티의 극한 단맛을 의심하게 된 것이다. 아이미디어컨설팅(艾媒咨詢)에 따르면, 밀크티는 여전히 중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료이지만, 최근 2년간 레몬차(檸檬茶)라인의 음료가 눈에 띄게 성장하며 중국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의 밀크티 시장이 계속해서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롭게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음료에 의해 대체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출처=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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