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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망치 맞은 이재명..."與, 페미정책 멈춰라" 글 공유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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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부산·울산·경남에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투어를 벌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청년 세대 집중 공략에 나섰다. 이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 취약층으로 꼽히는 2030 세대를 매일 만나며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차장에 주차한 '매타버스' 안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산업 연구원들과 함께하는 마자요 토크'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차장에 주차한 '매타버스' 안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산업 연구원들과 함께하는 마자요 토크'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엔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일하는 연구원을 버스 안으로 불러서 ‘MㅏZㅏ요(마자요)’ 토크쇼를 진행했다. 연구원 3명이 우주·항공 관련 퀴즈를 내고 이 후보가 틀리면 뿅망치로 때릴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게임을 하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이 후보는 문제를 연달아 맞추고 부연 설명까지 해 연구원들을 놀라게 했다. ‘600톤(t)짜리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를 묻자 이 후보가 “사람이 물에서 헤엄치면 뜨는 것처럼 공기에서도 빠르게 이동하면 양력이 생긴다”고 답했다. 하지만 ‘인공위성이 이동하는 속도’를 묻는 문제에선 답을 맞추지 못했다. 이 후보가 머리를 대자 옆에 앉아있던 연구원은 그의 왼팔을 때렸다. 그 뒤 이 후보는 연구원에게 “보이저호의 속도는 어떻게 되냐”고 역으로 질문을 던졌고 연구원이 대답을 못 하자 이 후보는 복수의 뿅망치를 휘둘렀다.

청년 세대 잡을 키워드는 ‘채용 공정’ ‘남녀 소통’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행보 사흘째인 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도착,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행보 사흘째인 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도착,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지난 5일 대구에서 20대 청년 백명수씨를 만나 “청년 문제는 공정성 회복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비롯, 기회가 될 때마다 ‘공정성 회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방문해 간담회를 한 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방에 사는 청년들은 구직 활동, 문화생활 등에서 기회를 갖기 어려워서 소외감을 느낀다”며 “국토 균형 발전으로 공정한 기회 갖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선 이 후보는 “내년부터 경기도 내 모든 사립학교는 1차 필기시험부터 수업시연, 면접까지 채용의 전 과정을 교육청에 위탁하기로 했다”며 “채용의 공정성이 확보될수록 우수한 청년들이 사립학교 교원이 되기 위해 모여들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두려움 없이 우리 사회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집중하는 또 다른 청년 문제는 ‘남녀 갈등’이다. 지난 8일과 10일 이 후보는 20대 남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을 중앙선대위 회의 자리와 자신의 SNS에서 공유했다. 모두 “민주당이 페미니즘 관련 정책을 멈춰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에 대해 여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 후보는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거 같다’는 절규를 전하고 싶어서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주변 참모와 여성 의원들이 이 후보에게 이런 글을 공유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 후보가 결단해서 한 것”이라며 “이 후보는 남녀 갈등 문제도 회피하지 않고 터놓고 대화하면 풀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13일 부산에서 지역 청년 4명과 ‘국민 반상회’를 하는 자리에서 남녀 갈등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을 보여줬다. 이 후보는 이 문제를 직접 화두로 꺼내면서 “대화가 부족해서 도식화된 고정 관념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대 남성들이 성별할당제 때문에 피해 봤다며 폐지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남성이 혜택을 보고 있다”며 “공무원 시험이나 교원 임용의 경우 항상 여성의 성적이 더 높아서 남성을 30%까지 채우기 위해 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종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인데 서로 마주 보고 논쟁하면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청년 문제에 대한 이런 이 후보의 접근은 문재인 정부와 기존 민주당의 접근 방식과 차별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설명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자리 문제와 페미니즘 정책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 청년들을 상대로 기존 당정의 입장과 차별화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마냥 차별점만을 강조하기엔 이 후보는 민주당 내 지지 기반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선 공약을 개발 중인 민주당 선대위도 청년층 공약 대해 다소 혼란스런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14일엔 20대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의 소득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두고서 선대위 내부에서 상반된 입장이 나왔다. 민주당 선대위 청년공동본부장인 장경태 의원은 “20대에게 소득을 쌓을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이 받는 과세특례제도를 특수고용노동자, 일용직 청년들에게 확대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선대위에서 논의되거나 검토된 바 없는 내용”이라는 공지를 전파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청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구조적인 해결책 보다는 대증요법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반(反)페미니즘’ 글을 올려놓고 ‘절규를 듣기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잘못된 정치”라며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청년들이 놓인 사회적인 조건을 어떻게 개선할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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