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시진핑의 새 ‘역사결의’를 대하는 우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2호 30면

덩샤오핑 이래 도광양회 버리고

‘중국의 길 가겠다’ 분명히 한 선언

차이나 리스크 현실화에 대비해야

중국 공산당이 새로운 ‘역사 결의’를 채택했다. 엊그제 막을 내린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다. 아직 전문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6중전회 폐막 직후 발표된 공보(公報)와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논조를 통해 큰 줄거리는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완성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목표를 전면에 내걸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그 중심에 부각시키는 것이다.

창당 100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이 ‘역사 결의’를 채택한 것은 이번을 포함해 단 세 차례뿐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이 항일·공산혁명의 노선 투쟁을 일단락 지은 1945년과 덩샤오핑(鄧小平)이 문화대혁명을 오류로 규정하고 개혁개방으로 전환한 1981년 등 역사의 변절점(變節点)마다 공산당은 새로운 ‘역사 결의’를 내놓았다. 이번 결의로써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지도자로 격상되고 권력 기반을 굳히게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 권력 강화의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상 세 번째의 ‘역사 결의’를 채택했다는 것은 중국 스스로 지금 이 시기를 역사의 변절점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역사의 변절점이란, 바꿔 말하면 이전 시대와의 결별을 뜻한다. 국제사회의 우려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주지하듯 중국이 종합 국력 세계 2위의 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죽의 장막을 걷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한 데 있다. 그게 바로 옛 소련 등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는 중에서도 중국 혼자만 성공을 거듭한 비결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시진핑의 ‘신시대’ 선언은 덩샤오핑 이래 지켜온 개혁개방 노선, 혹은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거리를 두고 ‘중국의 길’을 펼쳐나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사회에 새로운 도전과 위험을 던지고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지난 9년간 도광양회(韜光養晦,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림)와 결별하고 대결 자세를 마다치 않은 공세적 대외전략과 근육질을 과시하는 외교 스타일을 보면 앞으로 펼쳐질 ‘현대중국 버전 3.0’이 어디로 향할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리스크가 미·중 대결이란 국제정세 변화와 겹쳐지면 거대한 쓰나미로 변할 것이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가치체계와 독자적 발전 전략이 있을 수 있고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함께 추구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충돌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중국이 진정한 강국이 되려면 국제 규범을 존중하면서 국제사회와의 조화를 추구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홍콩 자치에 대한 강권의 발동이나 신장·티베트 인권 문제 등은 물론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내부 통제 등 최근의 중국이 보여주는 모습은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모습과는 반대 방향 일색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지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나라다.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인 동시에 중국발 리스크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을 수 있는 나라다. 우리는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배치 이후 그런 상황을 이미 겪은 바 있다. 중국발 리스크가 우리 일상과 동떨어진 일이 아님은 최근 겪고 있는 요소수 사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과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견지해야 할 대중(對中) 외교의 원칙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시진핑 체제하의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한다. 전 세계가 ‘중국몽’에 경계를 감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몽에 한국이 함께하겠다”는 식의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새로운 ‘역사 결의’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