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안구충혈 지속 땐 뇌출혈 유발 ‘동정맥루’ 의심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13 00:21

업데이트 2021.11.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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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사람의 뇌는 세 겹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가장 바깥막을 경막이라고 한다. 심장에서 떠난 높은 압력을 가진 뇌동맥혈은 모세혈관을 지나면서 압력이 낮아져 뇌정맥을 거쳐 경막 내 위치한 정맥동으로 배출돼 다시 심장으로 돌아간다. 뇌경막의 동정맥루란 경막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과 경막 내 위치하는 정맥동 사이에 여러 가지 이유로 비정상적인 샛길(누공)이 생겨나는 병이다.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은 동맥의 높은 압력이 직접 정맥에 가해지기 때문에 정맥 내 압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뇌 내 정상적인 혈액이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뇌 및 주변 구조물의 압력이 높아져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싱크대에 수돗물(동맥)을 틀어 놓으면 하수구(정맥)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하수구가 막히면서 물이 넘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뇌 속 혈액, 심장으로 못 돌아가

뇌경막의 동정맥루는 발생률이 높지 않다. 뇌 내 동정맥 기형 중 10~15% 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 10만명당 0.17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률이 낮고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게다가 매우 다양한 증상을 갖고 있어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증상은 동정맥루가 발생한 위치와 분류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의 경막에는 다양한 종류의 정맥동이 있다. 한국인의 경우 해면정맥동에 위치한 동정맥루가 가장 흔한데, 이 경우 주된 증상이 바로 안구 충혈이다. 눈에 공급된 피는 안정맥을 통해 해면정맥동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동정맥루로 인해 해면정맥동의 압력이 높아져 안정맥으로 피가 역류하고 결국 안와 내 압력이 높아져 안구충혈이 발생한다. 대부분 안구충혈로 인해 안과를 먼저 방문해 결막염으로 진단받고 치료하지만 ▶수개월 이상 치료해도 큰 차도를 보이지 않고 ▶결막에 확장되고 꼬불꼬불한 혈관이 보이고 ▶안구돌출, 복시, 시력저하, 안검하수(눈꺼풀 떨어짐) 등의 다른 신경학적 증상까지 생긴다면 동정맥루를 강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두 번째로 흔하게 동정맥루가 발생하는 위치는 가로-구불 정맥동이다. 이 부위는 귀 근처에 위치하기 때문에 가장 흔한 증상이 이명이다. 마찬가지로 대부분 이명 때문에 이비인후과를 먼저 방문해 치료받게 된다. 하지만 이비인후과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이명의 양상이 ‘삐’하는 소리가 아닌 심장 박동에 맞춰 ‘쉭쉭’하는 소리라면 역시 동정맥루를 강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이외에도 피가 정맥동에서 뇌정맥으로 역류하면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출혈 위치에 따라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정맥 배출이 잘 안 되면 뇌가 부어오르거나 정맥성 뇌경색이 올 수 있다. 이런 경우 치매와 같이 심한 인지장애나 파킨슨병과 같은 보행장애가 오기도 한다.

뇌경막의 동정맥루는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인 미상인 경우가 가장 많지만 일부는 뇌수술 후 발생할 수도 있고 머리를 다친 후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정맥혈전이 생긴 후에도 발생할 수 있어 피임약 복용이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혈전이 잘 생기는 다른 질환에 대한 감별도 필요하다. 동정맥루가 의심되면 주로 뇌 자기공명 혈관조영술(MRA)을 선별검사로 시행하게 된다. MRA 검사 결과에서도 역시 질환이 강하게 의심되면 뇌혈관조영술을 시행해 확진한다. 뇌혈관조영술은 가장 중요한 검사로 이 검사를 통해 병의 위치와 분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라 치료 방침을 세운다.

인지기능 저하, 보행장애 증상도

치료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하면서 지켜보기도 한다. 특히 해면정맥동의 동정맥루는 20~40% 정도에서 저절로 없어진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뇌 내 정맥으로의 역류가 없거나 증상이 있어도 참고 지낼만하면 추적관찰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뇌출혈이 생겼거나 ▶신경학적 장애가 발생했거나 ▶증상을 도저히 참을 수 없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뇌 내 정맥으로의 심한 역류가 있어 뇌출혈 발생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 이 경우 아주 드물게 개두술로 치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혈관 내 치료를 시행한다. 과거에는 병변이 위치한 정맥동으로 정맥을 통해 접근해 코일을 채우는 치료법(경정맥 코일 색전술)을 많이 시행했다면, 최근에는 오닉스(Onyx)라고 하는 액체 색전 물질의 발달로 동맥을 통한 치료(경동맥 오닉스 색전술)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정맥을 통하거나 동맥을 통한 치료 중 어느 것이 더 좋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나이, 증상, 혈관조영술 소견, 전신상태 등)을 종합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최근 하이브리드 수술실의 발달로 인해 동시에 경동맥·경정맥 치료 및 개두술까지 수술실 한 곳에서 시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사선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방사선 수술은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급성 출혈이나 현재 심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뇌경막의 동정맥루는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하면 대부분 증상이 극적으로 호전된다. 예후도 좋은 편으로 재발이 많지 않다. 다만 발생률이 낮고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안구충혈이나 이명이 오래 지속하거나 급격한 인지기능의 저하, 보행장애 등이 발생했을 땐 뇌경막의 동정맥루에 대해 의심해봐야 한다. 그리고 뇌혈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한다면 완치와 함께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재호 교수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뇌혈관 분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신경계중환자실장을 맡고 있다. 경막의 동정맥루, 뇌동맥류, 뇌혈관기형, 모야모야병,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이 전문분야다. 약 40개의 뇌혈관질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경막의 동정맥루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 5개의 SCI 국제논문을 발표했으며, 연간 약 20례 관련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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