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로 완치의 길 보인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1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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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성인 백혈병의 10~20%를 차지한다. 국내 발생률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0.8명이다. 한국인 평균 발병 연령은 40~45세로,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1.8배 많다.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 환자는 전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2% 미만으로 적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암 유전자가 생기면서 시작된다. 22번 염색체의 끝부분에 9번 염색체의 절단된 부분이 결합하면서 필라델피아염색체(짧아진 22번 염색체)가 생기는데, 이곳에 있었던 BCR 유전자와 9번 염색체에서 이동한 ABL1 유전자가 결합해 새로운 BCR-ABL1 융합유전자가 생긴다. 이 융합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BCR-ABL1 암 단백질이 혈액 줄기세포에 악성 변화를 일으켜 만성골수성백혈병이 발병한다. 왜 BCR-ABL1 암 유전자가 생기는지,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내성 생기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위해서는 말초혈액 전혈구검사, 말초혈액 도말검사, 골수천자 및 생검 등을 시행한다. 골수를 뽑아내 얻은 세포의 염색체 검사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 발견, 말초혈액이나 골수천자 세포에서 ‘중합효소연쇄반응법’에 의한 ‘BCR-ABL1 유전자’ 발견을 통해 진단이 이뤄진다. 또 정량 ‘중합효소연쇄반응법’을 시행하면 비정상 ‘BCR-ABL1 유전자’의 양을 측정할 수 있고,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치료받는 동안 BCR-ABL1 유전자의 양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표적항암제가 사용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술만이 완치를 목표로 하는 유일한 치료였다. 특히 이식 후에도 생존율이 60% 전후의 난치성 질환이었다. 2001년 인류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이 사용되면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생존 기간은 놀랄 만큼 늘어났다. 이후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슈펙트, 보슬립 등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를 위한 2세대 표적항암제가 개발됐고, 국내에서도 1차 또는 2차 요법으로 승인돼 처방되고 있다. 3세대 이후의 표적항암제는 여러 표적항암제를 사용했지만 효과가 없는 백혈병 세포나 T315I 점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에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3세대 표적항암제인 이클루시그도 2018년 6월부터 2차 또는 3차 요법으로 승인돼 건강보험으로 처방이 가능해졌다. 1·2·3세대 표적항암제와는 다른 부위에 결합해 효과를 나타내는 4세대 표적항암제인 애시미닙도 단독 또는 병용요법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치료 목표도 생존율을 향상하는 것을 넘어 투약의 부작용과 연관된 삶의 질 향상과 약 복용을 중단하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표적항암제의 복용법은 종류마다 다르고 부작용도 다르다. 글리벡은 부종이나 근육 경련 등의 부작용이 많다. 스프라이셀은 늑막삼출이 30% 가까운 환자에서 발생하며, 드물게 폐동맥 고혈압이 생긴다. 타시그나는 고혈당이나 고지혈증이 발생할 수 있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말초동맥협착증 등의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심혈관계 질환 고위험군에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슈펙트는 간 기능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각자에게 적합한 표적항암제를 선택하기 위해 나이, 환자의 동반 질환, 병용 약물, 위험지수 등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약제 선택뿐만 아니라 치료과정 중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는지(치료반응)를 정확하게 검사하고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치료 효과는 혈액검사와 골수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특정 시점에 측정된 필라델피아염색체와 BCR-ABL1 유전자의 양으로 평가하게 된다. 치료반응 평가는 크게 ▶최적 반응 ▶경고 ▶치료 실패 3가지로 나눈다. 1차 치료제로 많은 환자가 효과를 얻고 있지만 일부는 내성을 보이거나 심한 독성이 발생해 투약을 중단하고 2차 치료제를 사용하게 된다.

적합한 표적항암제 찾는 게 급선무

치료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은 표적항암제의 목표 단백인 ABL1의 돌연변이다. 이런 이유로 표적항암제가 듣지 않는 경우에는 점돌연변이 검사 후 점돌연변이 종류에 따라 표적항암제를 선택하게 된다. 다양한 표적항암제 개발로 치료 성공률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는 내성이 생기거나 급성기로 진행할 수 있다. 여러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보일 경우에는 새로운 신약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해야 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BCR-ABL1 암 단백질이라는 발병의 중요한 기전이 밝혀져 이를 기반으로 표적항암제 개발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표적항암제에 대한 생각이 최근 약 복용을 중단하는 치료중단 연구로 변화하고 있다. 표적항암제 중단에 대한 연구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미국·영국·호주·일본 등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오랜 기간 투약받고 장기간의 완전유전자 반응을 얻은 소수의 환자만 장기간의 투약중단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적항암제 중단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민감한 방법으로 정기적인 유전자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결과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재발이 확인될 경우 바로 표적치료제를 재투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표적항암제를 근간으로 평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기적인 유전자검사를 통해 만성골수성백혈병이 적절히 조절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오늘날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중단 연구도 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는 내성이 생기거나 급성기로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환자를 완치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지속적인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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