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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보고 뽑는 회사 빠르게 줄어든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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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2호 20면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
교육의봄 외 17인 지음
우리학교

요즘 채용 현장에서는 학벌이 중요시되는 ‘SKY캐슬’ 현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호모 스펙타쿠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한때 떠받들어졌던 스펙이나 간판보다는 직무 능력이 제일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에 따르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고 할 수 있다. 채용의 공정성이 강조되면서 블라인드 방식이 확대하는 가운데 객관적인 점수로 확인할 수 있는 필기시험의 중요성이 부각돼 오히려 창의적인 인재 수혈이 어렵게 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트렌드는 생각보다 빠르게 직무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 책에는 IT기업, 대기업, 공기업, 금융업, 외국계 기업 등 5개 기업군별로 채용 상황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학벌 중심의 채용에 변화를 만들어 내고 그 변화로 교육도 바꾸자’는 모토를 내걸고 지난해 창립한 단체 ‘교육의봄’이 지난 4월까지 6개월 동안 면밀히 파악한 채용 시장 동향이 담겨 있다. 취업준비생은 물론 학교 당국과 실제 채용하는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조사결과가 될 것이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채용 면접 현장. 간판보다 능력을 따지는 회사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거래소 채용 면접 현장. 간판보다 능력을 따지는 회사가 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IT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는 뛰어난 개발자를 발굴하기 위해 2017년부터 코딩테스트를 강화한 블라인드 형태의 채용을 하고 있다. 카카오는 ‘10초면 지원할 수 있어요’라는 광고를 내걸기도 했다. 이진원 인재영입팀 이사에 따르면 1차 서류 전형 단계에서 요구하는 지원서에는 이름, 전화번호, e메일, 지원부서만 쓰면 된다. 1, 2차 코딩테스트에 합격하면 기본 정보, 경력 정보, 자기소개 지원서를 낸다. 자기소개는 직무역량에 관련된 내용에 한정된다. 인터뷰 시점에서 학력이나 학교를 몰라 더러 재학 중인 학생이 합격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학 2학년 학생이 합격해 학교를 자퇴하고 채용된 사례도 있다. 카카오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것은 ‘가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데 방해가 되는 것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현장 중심 채용을 하고 있다. 각 업무의 현장에서 인력이 필요할 때 부서 차원에서 신청하고 그 신청한 부서가 주도적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 이 회사는 개발자 개인별로 어떤 개발 언어를 사용해 어떤 일을 했는가 등을 기록한 키워드 베이스로 인력을 관리한다. 새 직원을 뽑을 때도 이런 기준이 적용된다고 한다.

대기업의 채용 문화도 확 달라졌다. 대규모 정기 채용에서 소규모 수시 채용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스펙이 부족해도 뽑고자 하는 직무 역량이 탁월하면 채용하는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한다. 그룹의 채용 전담 부서보다는 현업 부서의 필요에 의해 직무능력을 높이 사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방대생 합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경력직, 혹은 직무 경험이 있는 중고 신입이 유리한 구조다. 분야별로 또 개별 기업별로 채용시스템이 달라 맞춤형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경우 블라인드 방식 채용제를 전면 도입한 후 지방대생 취업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 배려 움직임도 커져 여성, 고졸, 장애인 국가 유공자 우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서류전형에서 학력, 학점, 출신지 등을 보지 않게 되면서 직무 관련 경력과 경험, 자격증 등이 중요하게 됐다. 필기시험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채용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증권사 업장, 은행 점포 등 오프라인 근무지의 축소와 채용 전문화로 전체적으로 볼 때 금융권 채용 규모는 크게 줄었다. 반면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생겨난 이후 금융권에서 IT 및 디지털 분야의 인력 채용은 급격히 늘었다. 시중은행들도 유능한 IT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활발하게 채용한다. 리스크 관리, IB 등 분야는 전문 인력에 대한 선호도 높아져 석·박사급 인력 채용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외국계 기업은 문제해결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호한다. 학벌을 보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경험, 역량, 실력을 더 중요시한다. 토익 만점보다 실제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채용 문화와는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크게 줄고 비정규직 자리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투명하면서도 공정한 채용과 함께 일자리 자체의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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