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전 호칭 바꾼 삼성전자…이재용, 인사제도 칼 댄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12 10:06

업데이트 2021.11.12 11:1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월 14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월 14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에 나섰다. 특히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앞둔 시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으로 도약을 위한 첫 내부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회사는 이번 개편안과 관련해 노동조합 측의 의견도 듣기로 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1일 오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인사제도 개편 사전 안내’를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이 공지문에서 “그동안 대내·외 경영 환경 및 임직원의 변화 요구에 대응해 연공형 직급 폐지, 수평적 호칭 시행, 역량 진단 시범 적용, 리더십 진단 도입 등 다양한 인사제도 개선을 진행해왔다”며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이번에는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의 다양한 의견과 외부 전문가 자문, 국내외 기업 벤치마킹 등 다각도로 의견 수렴을 거쳐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개편안이 계획대로 진행돼 내년에 시행된다면, 삼성전자는 5년 만에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셈이다.

인사 체제 대대적 개편 예고

이날 구체적인 개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개편안에 직급체계 단순화, 과감한 인재 발탁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 삼성전자의 직원 직급은 전체 4단계로 직무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CL·Career Level) 1~4로 나뉜다.

삼성전자 사장단이 지난 5월 31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토크 투게더’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사장단이 지난 5월 31일 수원 본사에서 열린 ‘토크 투게더’ 행사에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2017년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새로운 인사제도를 시행하면서 사원1~3→대리→과장→차장→부장 등 기존 7단계를 4단계로 줄였다. 이 개편안은 2016년 6월 발표됐다. CL1은 고졸과 전문대졸 사원(기존 사원1·2), CL2는 대졸 사원(사원3·대리), CL3는 과장·차장급, CL4는 부장급에 해당한다. CL1~4는 각각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시니어 프로페셔널, 프린시플 프로페셔널로 불린다.

연공서열주의 중심에서 직무·역할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하면서 수평적 호칭도 도입했다. 임직원 간 직급이 아닌 ‘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고, 부서 안에서 업무에 따라 ‘프로’ 등 수평적 호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팀장·그룹장·파트장·임원은 직책을 붙이기로 했다.

이재용 ‘뉴삼성’ 첫 내부 움직임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017년부터 직급과 호칭을 없앴다고 했지만 실제 수평적 문화가 정착됐느냐고 물으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과장·부장은 사라졌지만 PP(프린시플 프로페셔널)님, SP(시니어 프로페셔널)님 등 여전히 직급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이번에 기존 직급 단계를 완전히 새롭게 개편해 실질적으로 수평적 문화를 정착하게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며 “그렇게 되면 팀장·파트장 같은 직책만 남고, 그 외에는 모두 평등한 구조로 바뀌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협의 명시한 점도 주목  

인사제도 개편안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의 처우 개선 방안과 발탁 인사 시스템 개선 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은 인사제도 개편 과정에서 노조와 노사협의회, 부서장 등의 의견도 수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사 간 임금·단체 협상이 이뤄진 이래, 인사제도 개편안에도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바 있다.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에 대해 “(사측이) 개편안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여 노사 협상과는 크게 관련이 있는 것 같진 않다”면서도 “만약 직급체계 단순화뿐 아니라 고과 제도의 절대평가 전환 등의 내용까지 포함된다면 MZ세대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내의 의견을 청취한 후 개편안을 확정해 이달 말 부서별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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