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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휘발유·경유·LPG 세금 다 내리는데…난방유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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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2일부터 유류세가 약 6개월간 한시적으로 20% 인하된다.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L당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40원씩 가격이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11일 유류세 인하를 앞둔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12일부터 유류세가 약 6개월간 한시적으로 20% 인하된다.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L당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40원씩 가격이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11일 유류세 인하를 앞둔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유류세를 내리기로 했다. 휘발유·경유·액화천연가스(LPG) 부탄 등 차량용 연료 3종에 붙은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이다. 그러나 겨울을 앞두고 난방에 쓰이는 등유는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물가를 잡는 데 큰 효과가 없다는 계산에서였다. 도시가스를 들이지 못하고 등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가구를 위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2일부터 약 6개월 동안 유류세를 20% 인하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약 2조5000억원의 부담 경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휘발유는 L당 164원, 경유는 116원, LPG 부탄은 40원씩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등유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등유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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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계속된 국제유가 상승으로 등유 가격도 급등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기준 실내등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080.61원까지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34.6% 뛰었다.

등유는 주로 도시가스를 설치하지 못한 낙후 주택 가구에서 난방을 위해 사용한다. 등유 가격이 도시가스 요금보다 높은 편이라 에너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겨울철엔 더 크다. 게다가 올해는 전기요금까지 오르면서 저소득 가구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구입비용이 소득의 10% 이상인 가구를 에너지 빈곤 가구라고 한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이 서울의 저소득 가구 602가구를 조사한 결과 겨울철 서울의 에너지 빈곤 가구 비율은 20.3%에 이른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은 과거 국내 에너지 빈곤 가구가 약 130만 가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완화한다는 목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하는 만큼, 저소득 가구가 주로 사용하는 등유도 유류세 인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등유를 공급하는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의 김규용 회장은 “등유는 아껴 써도 난방비가 월 30만원(4인 가구 기준)이 넘는다”며 “냄새나고 불편한 등유를 쓰는 가구는 주로 도시가스를 설치할 수 없는 세입자”라고 설명했다.

등유 유류세 인하 효과가 다른 유종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등유에는 개별소비세(개소세)와 교육세(개소세의 15%) 등이 붙는다. 등유 개소세의 기본세율은 L당 90원이지만, 탄력세율을 적용해 30% 내린 63원을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더한 뒤 20%를 인하하면 L당 약 16원의 할인 효과가 난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액(164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등유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등유 가격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등유는 사실상 항시적으로 30% 세율 인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등유 관련 세금은 이미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유일반판매소협회 관계자는 “등유 유류세 인하의 전체적인 세 부담 경감이나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저소득 가구의 체감 효과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유류세 인하의 혜택이 저소득 가구보다 고소득 가구에 집중되는 과세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2018년 유류세를 인하한 뒤 국회예산정책처가 소득분위별 가구의 세 부담 완화 수준을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의 연평균 세 부담이 1만5000원 감소한 반면 10분위(상위 10%) 가구에서는 세 부담이 15만8000만원 감소했다.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개소세는 사치성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는 성격이 있는데, 이는 ‘서민 연료’로 쓰이는 등유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19·20대 국회에서 등유 개별소비세를 L당 10원으로 인하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등유 사용 가구에 대한 세제 혜택보다 예산 지원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저소득 가구에 등유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등유바우처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배정하는 예산은 줄고 있다. 올해 등유바우처 예산(19억8400만원)은 5년 전(49억6000만원)의 절반도 안 된다. 바우처 사업을 하는 한국에너지재단 관계자는 “도시가스 보급이 늘면서 지원 가구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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