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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주유소서만 판매…승용차 10L·화물차 30L 제한(종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현상에 정부가 요소수 판매처를 주유소로 한정하고 판매량도 제한한다. 수입 요소ㆍ요소수도 물량이 들어오는 대로 공공부문과 화물차 등 급한 곳에 우선 배분할 방침이다.

요소수 대란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대전의 한 주유소 요소수 주입기에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중앙포토

요소수 대란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대전의 한 주유소 요소수 주입기에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중앙포토

요소수 주유소서 정해진 양만 판다

11일 정부는 물가안정법에 따른 요소ㆍ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제정ㆍ시행한다고 밝혔다. ‘긴급수급조정조치’는 특정 물품의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강제로 물품의 유통 방식이나 수량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확산 초기에 마스크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처음 발동했었다. 이번 조치가 두 번째다.

정부는 첫 조정 명령으로 판매업자가 주유소에만 요소수를 팔 수 있도록 했다. 대형마트 등에서 요소수 사재기를 하는 것을 막기위해서다. 다만 판매업자가 판매처를 거치지 않고 건설현장이나 대형운수업체와 같은 특정 수요자와 직거래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판매량도 차량용 요소수는 차량 1대당 승용차는 한 번에 최대 10L까지, 화물ㆍ승합차, 건설기계, 농기계 등은 최대 30L까지 구매할 수 있게 제한했다. 다만 판매처에서 차량에 필요한 만큼 직접 주유하는 경우는 제한된 판매량을 넘겨도 된다.

구매한 차량용 요소수를 제3자에게 재판매하는 것도 금지한다. 일부 중고 거래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의로 요소수를 나누거나 기부하는 행위는 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직구도 개인이 사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물량은 따로 제한을 두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나라마다 품질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직구를 할 경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물품인지는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요소ㆍ요소수 수출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빼고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또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판매자에게 판매 및 수입량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현장점검 물량 버스·청소차 우선 공급

현장점검 과정에서 확인한 민간 수입업체 보유 요소 3000t 중 차량용 700t은 국내 대형 생산업체로 옮겨 11일부터 요소수 생산에 투입했다. 정부는 이 물량으로 요소 200만L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차 14만3000대, 노선ㆍ마을ㆍ특수버스 2만2000대를 약 10일 정도 운행할 수 있는 분량이다.

생산한 차량용 요소수는 우선 버스ㆍ청소차 등 공공용으로 20만L를 공급한다. 이 물량은 생산업체가 광역지자체별 거점 차고지를 통해 각 버스업체 등에 나줘줄 예정이다. 나머지 물량은 화물차 중심으로 우선 공급하는데, 화물차 사용빈도가 많은 100여개 주유소를 통해 판매한다.

매점매석 단속도 강화한다. 최근 정부 합동단속반은 544건의 신고를 받어 이 중 3건의 매점매석 사실을 확인했다. 적발한 업체는 부산 P서비스사와 D목욕용품사, 인천 E사인데 매점매석 기준인 월평균 판매량 110%를 초과하는 요소 0.42t, 3.7t, 7.8t을 각각 확보했다. 환경부는 3개 업체를 고발했다.

13일 중국산 요소 도착

11일 김해공항을 통해 도착한 호주산 요소수 2만7000L 중 4500L는 전국 시ㆍ도청을 통해 민간 구급차에 우선 배분한다. 10일 오전 중국 칭다오항에서 출발했던 N사의 산업용 요소 2700t이 13일 여수항에 도착한다. 중국 수출 통관에 막혀있던 가계약분 중 국내에 도착하는 첫 물량이다. L사 차량용 요소 300t도 18일께 중국에서 출항한다. 앞선 사례를 보면 이 물량도 2~3일 안에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공업용(산업용) 요소ㆍ요소수에 대한 관세율을 0%로 인하하는 ‘할당 관세 규정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수입 신고하는 공업용 요소는 관세부담 없이 국내 공급이 가능하다. 추후 시장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보며 할당 관세 적용 기간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과 해운협회ㆍ선사를 중심으로 맞춤형 요소ㆍ요소수 운송 계획도 수립한다. 수입업자가 운송계약을 이미 체결해 선사가 있다면, 요소 수입 선박이 국내에 입항할 때 선석을 우선 배정하고 신속 하역 등 통해 입항 및 하역 시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선사ㆍ선박이 없다면 국적선사와 협의해 수입지 인근 항만의 가용선박도 긴급 지원한다. 선박 확보가 어려우면 전시 등 비상사태나 해운항만 중대 장애시에 투입하는 국가필수선박(전체 88척 규모) 투입 발동도 검토한다.

요소수TF 단장 기재부→산업부 교체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에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다. 이전 경제수석인 안일환 수석은 건강상 이유로 사임을 청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요소수 사태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TF단장을 교체한 것은 ‘경질성’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 수석은 건강상 이유로 추석 전에 사의를 표한 바 있다”며 “요소수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서 일단 급한 불을 끄고서 역할을 마무리해 사표가 수리되는 것”이라고 했다.

신임 박 수석은 광주 송원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정책실장 등 주요 직책을 거쳤고,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을 역임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당시엔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탈원전 정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야당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같은 전남 출신 동향에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행시 기수는 박 수석이 한 기수 위다.

산업부 출신이 경제수석에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경제수석은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나 학자들이 주로 맡아왔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산업부 출신을 경제수석에 앉힌 것은 요소수를 비롯해 최근 공급망 문제가 주요 경제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수석은 안 전 수석에 이어 요소수TF 단장도 맡는다. 청와대는 박 수석에 대해 “산업부 주요 보직을 거쳐 특허청장을 역임한 산업ㆍ경제 전문가이며, 뛰어난 정책기획ㆍ조정 역량과 업무 추진력을 갖추고 있어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과제를 충실히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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