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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음식으로 당신 누군지 안다" 이 어록, 서울대가 밝혀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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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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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무엇을 먹는지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대가 누군지 말해보겠다." 

『미식예찬』으로 유명한 프랑스 미식가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유명 어록이다. 서울대 연구진이 그의 말처럼 음식 섭취와 인간면역 체계의 관계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해냈다.

1848년작 『미식예찬』에 실린 프랑스 미식가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초상화. [중앙포토]

1848년작 『미식예찬』에 실린 프랑스 미식가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초상화. [중앙포토]

11일 서울대에 따르면 박승범 화학부 교수팀은 미국 하버드대, 호주 모나쉬대 등과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공생미생물총(마이크로바이옴)이 만든 대사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인체 면역에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공생미생물총은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과 이들의 유전적 정보를 총칭하는 말로 '장내 미생물 균총' '장내 세균총' 등으로도 불린다. 연구팀은 인간의 장에서 발견되는 공생미생물 종인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bacteroides fragilis)가 생성하는 면역 관련 대사물질 'BfaGC'의 작용 방식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BfaGC의 분자 모양은 '가지사슬 아미노산'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BfaGC의 분자 모양이 가지 형태로 뻗는 '가지화'에 이 아미노산이 영향을 준다.

이 '가지사슬 아미노산'은 발린·류신·아이소류신 등 3가지 아미노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제품과 육류·콩류·생선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즉 BfaGC의 분자 모양은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바뀌게 되는 것이다.

만일 가지사슬 아미노산이 부족하면 BfaGC의 가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면역세포인 'NK(자연살해) T세포'의 수가 늘어난다. T세포는 과거 경험한 병원균을 기억해 다음에 같은 병원균에 노출됐을 때 면역계가 신속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섭취한 가지사슬 아미노산이 BfaGC의 가지화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T세포 수가 조절되며 인간의 면역체계를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지화가 지나치면 T세포가 적어져 면역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반대의 경우 염증 등 면역 관련 질환이 발생한다.

숙주-공생미생물-음식 간 면역 상관관계. [사진 서울대]

숙주-공생미생물-음식 간 면역 상관관계. [사진 서울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인간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숙주(인체)·공생미생물총·영양소(음식물) 간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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