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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조건부 특검, 윤석열 광주 사과 진정성 담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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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수사 미진하면 특검" 시간끌기여선 안돼  

윤 "상처받은 분들께 사과" 통합으로 실천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어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검찰 수사를 일단 국가기관이 하는 일이니 지켜보되 미진한 점이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 등 어떤 형태로든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이후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 후보가 특검 수용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후보의 이런 입장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국민의 궁금증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특검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0% 안팎에 달한다. 다만 이 후보는 특검을 하려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수사 의혹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 ▶성남시의회의 공공개발 반대 ▶민간 투자자들의 수익배분 구조도 특검 수사 대상으로 꼽았다. 하려면 국민의힘 측 연루 의혹까지 동시에 다루자는 주장이다.

 이 후보와 국민의힘 측 입장이 달라 특검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윤 후보는 이미 대장동과 ‘고발사주 의혹’의 동시 특검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윤 후보 본인과 가족 의혹은 특검을 하면 수사만 지연될 뿐”이라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측도 이 지사의 어제 입장을 “검찰에 최대한 시간을 벌어달라는 또 하나의 하명이자 면피용 발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대선후보 관련 수사 자체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어 특검 도입은 피하기 어려운 수순이다. 검찰은 대장동 수사 초기 출국금지를 하지 않아 피의자 도주를 방치하고, 압수수색도 늦었으며, 친정부 성향 수사진이 ‘윗선’ 조사를 제대로 하겠느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반대로 고발사주 의혹을 다루는 공수처는 조사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기각되는 등 편파 시비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만큼 이 후보는 보여주기식 발언으로 시간만 끌어선 곤란하다. 야당 측과 진정성 있는 특검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을 수습하려고 어제 광주를 찾은 윤 후보도 빈말이 아님을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 윤 후보는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 역사의식 부재 논란을 일으켰다. 윤 후보는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제 발언으로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민주주의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5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고도 했다. 진영을 넘어 국민 통합을 추구하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이런 행보 역시 보여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