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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관치 금융과 은행 탐욕의 합작품, ‘대출금리 폭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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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가 연 3.96~5.26%로 집계된 3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가 연 3.96~5.26%로 집계된 3일 오후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돈줄 죄려는 정부의 무리한 대출 규제

그 틈에 가산금리 올려 폭리 취한 은행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5%대를 돌파했다. 이자 부담이 치솟자 대출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런 것도 청원에 올릴까 싶지만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 주세요’라고 올린 청원의 사연을 들어보면 공감하고도 남는다.

청원인은 “요새 가계대출 관리로 인해 많은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대출 규제 정책을 냈고, 각 금융기관의 자체적 제한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금리 인상이 예상되니 상환이 더 어려워질 정도로 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금리도 올라가면 거품이 터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의 주장은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미국발 금리 인상이 임박했고, 한국도 가계부채가 1800조원에 달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청원 제목이 함축하듯 관치(官治) 금융과 은행의 폭리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청원인은 “가계대출 증가율 규제로 인해 총량이 규제된 결과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한 시민의 눈높이로 볼 때 최근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은 ‘관치 금융과 은행 탐욕의 합작품’이라는 얘기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연 3.96~5.26%로 지난해 말 2.69~4.20%와 비교하면 약 1%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면 연내 최고 6%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한국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집값을 꺾는 최후 수단으로 금융위가 대출을 조이라고 은행에 압박을 넣고, 은행은 우대금리 축소와 가산금리를 높인 결과가 아닌가.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시중은행이 우격다짐으로 금리를 올리자 2금융권보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예금 금리는 그만큼 올리지 않고 있다. 예대마진을 늘리는 식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 장사로 4대 금융 지주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원에 육박한다. 내친김에 명예퇴직을 명분으로 돈 잔치까지 벌여 연초에 이어 최근 또다시 특별퇴직금을 포함해 1인당 5억~10억원의 퇴직금을 쥐여 주고 있다. 집값이 치솟아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 한숨과 눈물로 지새우는 서민의 고통과는 사뭇 다른 세상이다. 청와대는 청원에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