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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치렀는데 백신 부작용 접수하려면 부검하라?" 유족 절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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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경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 피해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두경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 피해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 장례를 다 치렀는데 피해보상 접수를 하려면 부검 소견서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서류 접수조차 못 하게 될 줄은 몰랐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 피해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토론회에 참석한 전혜원씨는 아버지의 사례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씨의 아버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차 접종 후 6일 만에 뇌경색이 발생해 사망했다. 전씨는 “장례를 치르고 보건소와 역학조사관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석 달 정도 기다리라는 말이 전부였다”며 “이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부검 소견서가 없으면 사망 피해보상 접수나 이의제기 신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사람도 국민이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이나 치료비, 자가격리 비용까지 챙기며 지원하는 대한민국인데 공동체를 위한 백신 접종에 참여하다가 피해를 본 국민에게 어쩌면 이토록 냉담하냐”며 “백신과의 인과성마저 받지 못한다면 원통한 마음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눈물바다 된 국회 토론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 피해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피해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 피해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증언대회 및 토론회에서 피해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전씨처럼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의 가족들이 나와 증언을 이어갔다.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객석 곳곳에선 유가족들의 울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피해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건 질병관리청의 책임 회피와 소통 부재에 대한 부분이었다.

지난 9월 AZ 백신 2차 접종 후 급성 백혈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강선영씨는 “백신 접종 일주일 전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였는데 2차 접종 후 22일 만에 백혈구 수치가 30~40배 증가했다”며 “수술도 못 하고 눈도 제대로 못 감고 돌아가셨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질병청에는 부검 소견서가 없어 사망 보상 서류 접수가 안 된다고 한다”며 “보건당국은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피해자와 유족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질병청, 국과수 부검 결과 무시하고 '인과성 없다' 결론”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사망 사례 등은 접종과 인과관계 확인 필요)]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질병관리청 (사망 사례 등은 접종과 인과관계 확인 필요)]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백신 이상반응 인과성 인정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여동생이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심근염 판정으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지수연씨는 “병원 관계자와 지자체 분석팀, 역학조사반에서는 백신과의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질병청에 올렸는데 당국은 '인과성 불충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 목숨이 달렸는데 종이 한 장으로 피해자 가족을 우롱하고 기만했다”며 “무슨 근거로 불충분 결론을 낸 건지 자료 요구를 했지만, 끝까지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씨는 “이러는 사이 병원비는 8000만원에 육박했다”며 “도대체 인과성 여부는 어떻게 확인받을 수 있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영선수이던 29살 여동생을 잃은 이시원씨는 10원짜리 묶음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져왔다. 이씨는 “여기 있는 2만원이 정부가 측정한 동생의 목숨 값”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이자 접종 후 심근염으로 사망한 여동생에게 인과성 불충분 판정이 나왔다”며 “유족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의료비는 동생이 사망한 당일 응급실 비용으로 들어갔던 2만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특히 “국과수 부검에서는 백신 인과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질병청이 이와 다른 결론을 낸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설명도 없이 달랑 한장의 결과서만 배부했다”고 비판했다.

접종 뒤 숨진 고3 학생 父 “어린 아이들 접종 걱정”

이날 토론회에서는 백신 이상반응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던 정부에 대한 원망도 이어졌다. 화이자 백신을 맞고 75일 만에 사망한 고3 학생의 아버지 장성철씨도 정부의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현재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장씨는 “정부가 몇 가지 인과관계만 인정하고 다른 경우의 수는 코로나 부작용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버리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면역 체계가 더욱 약한 어린아이들의 접종이 시작되는데 어떤 부모가 정부를 믿고 백신을 맞추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모더나 백신을 맞고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이 나타나 사망한 20대 여성의 아버지 이남훈씨는 “매일 국가를 원망하며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상반응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를 할 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거라고 했는데 이게 평등하고 공정한 거냐”고 말했다.

질병청 “소통 부족했다” 인정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 피해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증언대회 및 백신 피해자 지원대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드코로나 시대, 백신 피해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증언대회 및 백신 피해자 지원대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은희 질병청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조 반장은 “사망한 케이스가 많다 보니 일일이 자세하게 설명을 못 드렸다”며 “신고 절차도 보건소에 지침을 내려보내지만 지침이 많고 담당자가 계속 바뀌다 보니 현장 정착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상반응 인과성 인정 범위에 대해선 “외국에서도 한국에 그레이존(애매한 부분이란 뜻·인과성 불충분 사례)이 있다고 하는 것에 놀란다”며 “인정되는 범위가 적다는 거에 대해선 어떻게 가야 할지 여러 수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국가가 접종률 홍보에만 힘쓸 게 아니라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을 권고한 만큼 충분한 피해지원과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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