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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태양 전지, 물로 수소 분해…'탄소 중립' 미래 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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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개발 중인 미래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김남준 기자

한국전력이 개발 중인 미래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김남준 기자

뒤에 댄 종이의 글자가 읽힐 정도로 언뜻 봐서는 일반 반투명 유리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가로세로 5㎝ 크기 모듈의 발전 효율은 16.3%. 현재 사용 중인 일반 태양광 모듈의 발전 효율(20.0%)과 비슷한 수준이다. 바로 한국전력에서 개발 중인 미래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다. 고효율 광흡수물질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하면 기존 태양전지보다 더 투명하면서도 발전 효율은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한전은 “페로브스카이트로 만든 태양전지는 반투명이라 건물 유리창 등에서 사용 가능한데, 이럴 경우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물이 동시에 전력도 생산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가격은 기존 태양전지보다 반값이다. 페로브스카이트 저온공정이 가능해 낮은 가격으로도 생산할 수 있어서다. 한전은 2025년까지 시제품을 양산한다는 목표다.

BIXPO, 탄소 중립 주제로 개막

10일 한전이 주최한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 2021(BIXPO)’는 ‘탄소 중립’을 주제로 신재생·효율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 미래 신기술이 선보였다. 이날부터 12일까지 3일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진행한다. 한전은 물론 노키아·델·효성중공업·KT 등 국내외 유수 기업 248개사가 참여했다.

한전의 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MMB). 한전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기존 90일이 걸리던 해상풍력 설치 기간을 10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남준 기자

한전의 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MMB). 한전은 이 방법을 이용하면 기존 90일이 걸리던 해상풍력 설치 기간을 10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남준 기자

원래 90일이 걸리던 해상풍력 설치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한전의 해상풍력 일괄설치시스템(MMB)도 이날 선보였다. 바다에서 조립이 이뤄지는 기존 해상풍력과 달리 일괄설치시스템은 항구에서 하부 지지구조물과 상부 발전기를 모두 조립한 후 전체 해상풍력터빈을 한 번에 들어 올려 바다로 운송해 설치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비용도 기존 설치방식보다 절반가량 아낄 수 있다.

남는 전력 수소로 바꿔 보관

남는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재활용하는 '그린 수소 생산 및 메탄화 공정'. 김남준 기자

남는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재활용하는 '그린 수소 생산 및 메탄화 공정'. 김남준 기자

한전은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 보관했다가 이를 다시 재활용해 쓰는 ‘그린 수소 생산 및 메탄화 공정’도 공개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량이 일정치 않아 상황에 따라 전력이 일부 남을 수 있다. 한전은 이렇게 남는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보관하거나,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메탄으로 바꾼 뒤 도시가스나 발전소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한전을 이를 위해 우선 나주에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로 바꾸는 1㎿급 수전해장치를 테스트 중이다.

이 밖에도 기존 리튬배터리보다 가격은 싸고 화재 위험은 적은 ‘망간 수계 2차전지’도 소개됐다. 또 복잡하고 좁은 공간과 계단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사족보행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한전은 현재 사족보행 로봇을 변전소 등 위험 지역 순시점검을 맡길 수 있는지 현장 적용성 평가 중이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전력설비를 실제 정비하거나 업무수행을 높이는 기술도 소개됐다.

반기문 “원전 없는 탄소 중립 불가능”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 2021(BIXPO)'가 '탄소 중립'을 주제로 열렸다. 행사는 12일까지 3일간 열리며, 온라인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한국전력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 2021(BIXPO)'가 '탄소 중립'을 주제로 열렸다. 행사는 12일까지 3일간 열리며, 온라인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한국전력

한편 행사 개막식에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안젤라 윌킨슨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사무총장이 ‘탄소 중립’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탄소 중립을 위해선 원자력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 탄소중립위원회의 원전 없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반 전 총장은 “(탄중위가) 재생에너지 비율을 70.8%로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많은 전문가는 한국 지형적 조건과 기후환경을 고려할 때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면서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탄소 중립 2050의 핵심 대책으로 원전을 늘리기로 했고, 중국은 앞으로 15년 동안 150기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원전 없이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전과 6개 발전공기업은 이날 개막식에서 2050년 석탄발전 전면 중단 등을 담은 탄소 중립 비전인 ‘ZERO for Green’을 선포했다. 이번 비전은 에너지 생산·유통 등 전력산업 밸류 체인 전반에 탄소 중립을 위해 혁신을 주도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전력·발전공기업이 탄소 중립 이행 공동비전과 전략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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