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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원 실은 군용기 올해 두번째 대만行…中 “재난 닥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6일 미 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3 수송기가 미 연방 상원의원 세 명과 대만에 제공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싣고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내리고 있다. 미국대만협회(AIT)는 이들 상원의원의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사진=EPA]

지난 6월 6일 미 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3 수송기가 미 연방 상원의원 세 명과 대만에 제공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싣고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내리고 있다. 미국대만협회(AIT)는 이들 상원의원의 인도-태평양 지역 방문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사진=EPA]

9일 오후 미 연방 상·하원 의원단이 해군 VIP 수송기를 타고 대만 타이베이(臺北)를 깜짝 방문했다. 이날 밤 중국 국방부는 “민진당 당국은 무모한 행동을 하지 말라”며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재난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방부는 이에 “이미 올해 두 번째 (방문)”라며 흔한 일이 됐다고 반박했다. 미국과 대만은 최근 미군 특수부대의 대만 주둔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군용기와 의원단을 동원해 중국의 ‘레드라인’ 탐색전을 이어갔다.

미 국방부 “대만관계법 의무 부합” #환구시보 “레드라인 깰 담력 없어”

미 의원 방문단을 태운 미 해군 군용기 C-40A 클리퍼는 타이베이 쑹산(松山) 공항에 이날 오후 6시 17분(현지시간) 착륙해 7시 10분 이륙했다. 의원들은 함께 떠나지 않고 대만에 남았다. 대만 외교부는 “이번 일정은 미국 대만협회 타이베이 사무실(AIT/T)이 마련했다”며 “방문한 손님의 바람을 존중해 관련 소식은 적당한 시점에 대외 발표하겠다”고 알렸다. 군용기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륙했다.

미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국회의원의 대만 방문 사실을 확인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커비 대변인은 “이것은 올해 두번째다. 비정상이 아니다. 일상 관례 문맥에 놓겠다”면서 “미국이 대만의 자기방어를 돕도록 한 대만 관계법의 의무에 부합한다”고 부연했다. 미국 연방의원의 군용기 이용은 미군의 관례이고, 대만 방문이 처음도 아닌 이상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해명이다. 다만 탑승한 의원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커비 대변인의 말처럼 미국 의원단의 대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만이 코로나19 방역에 고전하던 지난 6월 6일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댄 설리번(공화·알래스카), 크리스토퍼 쿤스(민주·델라웨어) 등 연방 상원의원 세 명이 C-17 군 수송기를 이용해 코로나19 백신 75만 도스를 싣고 한국 오산 공항을 이륙해 대만 쑹산 공항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앞서 4월 14일에는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과 전직 관리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스타인버그 등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했다. 7월에는 미 군용기가 외교 행낭 운송을 이유로 쑹산 공항에 두 차례 기착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탄커페이(譚克非)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미국이 즉시 도발 행위와 대만 정세의 긴장을 높이는 모든 파괴적인 행동을 멈추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 것을 엄숙히 알린다”고 공식 SNS ‘국방부발포(國防部發布)’에 말했다. 탄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민진당 당국이 정세를 오판하거나 무모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만에 심각한 재난이 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 대변인은 미국과 대만을 향해 각기 다른 용어를 사용해 수위를 조절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엄숙히 알린다(正告)”를, 대만을 향해선 “경고(警告)”라고 보다 강한 어휘를 썼다. 다음 주로 알려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을 고려한 용어 선택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전투기 젠(殲)-16 4대, 윈(運)-8 정찰기, 윈-8 대잠초계기 등 6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고 대만 국방부가 발표했다.

한편 중국 국수주의 신문 환구시보는 10일 자 사설에서 “이번 미국 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하며 미군 행정 전용기를 이용해 ‘군용기’의 가장자리를 건드렸다”며 “미국과 대만을 보면 다음에도 이런 ‘에지볼’(아슬아슬한 타격)을 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이어 “저들은 결코 중국 대륙이 그은 레드라인을 정면으로 돌파하지 못한다. 그만한 담력이 없다”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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