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정국」 여야 힘겨루기/「첫날」 지켜본 평민ㆍ재야ㆍ민자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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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불리땐 동참 늘릴 가능성 평민/묘책 없이 관망… 여론에 신경 민자
○…단식 첫날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자정무렵 잠자리에 들었고 동조농성차 점퍼차림으로 당사에 나온 의원들은 마루바닥에 자리를 깔거나 소파에 누워 새우잠을 잤다.
그러나 JㆍY 의원 등 일부는 『나는 단식을 처음부터 반대했는데…』라며 내키지 않는 얼굴을 잠시 내밀었다가 자리를 떴고 전의원 농성을 원칙으로 해 34명씩 2개조로 편성,식사 때만 1시간씩 교대키로 한 총무실의 운영계획이 아직은 숙지되지 않은 분위기.
당 지도부의 계획에 따라 농성을 시작한 의원들 사이에는 이번 농성이 길어봤자 3일여 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지배적.
농성을 지휘하는 김영배 총무는 여당의 양보가 없는 한 무기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많은 의원들은 김 총재의 건강이 3일 이상은 무리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김 총재의 단식결행 시기ㆍ효과 등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김 총재가 결정적인 세불리를 느끼면 전원단식 투쟁으로 에스컬레이트 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내심 걱정.
당 지도부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김 총재의 단식투쟁 효과를 극대화하고 당내 동요와 여론의 이반을 막기 위해 민주당 및 재야 각 단체와의 연대투쟁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아무튼 농성내지 단식의 적극론자이건 회의론자이건 일치된 희망은 여당측이 평민당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는데 평민당 자신이 초강경 배수진을 쳐놓음으로써 명분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총재의 단식 결행에 대해 민주당은 『김 총재의 충정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장석화 대변인),민중당(가칭)은 『단식투쟁을 환영하며 차제에 타협 없는 정권퇴진투쟁에 앞장서길 바란다』(정문화 대변인)고 각각 공식논평을 했다. 그러나 이것이 반민자당이라는 공동의 전선과 「단식」의 특수성을 감안한 다분히 수사적인 논평이라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단식을 계기로 평민당이나 김 총재와 공동보조를 밟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환영논평을 내느냐 여부로 논란을 벌였는데 김현규 부총재ㆍ이철ㆍ노무현 의원 등은 논평유보를,이기택 총재ㆍ홍사덕 부총재는 즉각적인 논평을 주장했다는 후문.
민중당의 이재오 사무처장도 『결국 김 총재의 시간벌기 전략이 아니겠느냐』며 특히 단식이라는 방법을 택한 데 대해 『장고 끝에 둔 악수』라고 냉정한 반응.
통추회의측은 김 총재가 지난달 28일 의원총회에서 한 약속을 어기고 8일 기자회견에서 야권통합에 대해 일언반구도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며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다.
○…민자당은 8일 오후 김영삼 대표가 청와대에 들어가 노태우 대통령과 오찬회동을 하고 당사에 돌아온 뒤부터는 대체로 「선 등원 후 협상」 원칙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김 총재의 단식이 장기화될 경우 경색정국을 풀지 못하는 데 대한 비난의 여론이 여당에 쏠릴 것이 우려되는 데다 야당에 내줄 마땅한 것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김 총재의 극한 투쟁방식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김 대표.
민주계측은 그동안 『영광­함평 보궐선거를 전후해 등원할 것』 『DJ의 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YS』라는 주장에 근거,대야 강경노선 내지는 장기적인 낙관론을 펴왔기 때문에 김 총재의 단식돌입으로 허를 찔린 셈이었다.
김 대표는 평민당의 공격과 당내 민정ㆍ공화계의 따가운 시선을 일단 청와대와의 협의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평민당과의 대화채널을 열어놓고 예산ㆍ민생법안 등의 처리를 미뤄 최대한 기다리는 자세를 취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김두우ㆍ노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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