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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수십조, 자영업 보상 50조…누가 돼도 나랏빚 눈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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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내년 대통령선거 대결 구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좁혀지면서 경제공약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그런데 짜임새 있는 정책 공방은 사라지고 ‘누가 나랏돈을 더 많이 퍼주나’로 비화했다. 유례없는 빚잔치 대선이다.

9일 민주당은 6차 재난지원금을 공식화했다. ‘전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이란 명칭으로 내년 1월 지급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 후보가 “위로와 보상 차원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지난달 29일)고 발언한 지 불과 10여 일 만이다.

이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요되는 재원은 올해 초과 세수분이 예상되기 때문에 납부 유예해 내년 세입을 늘려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초과 세수를 내년 본예산에 수정·반영하는 방법이 국가재정법에 막혀 여의치 않자 민주당은 세금 납부 유예란 초유의 우회로를 들고나왔다.

당내에서 논의되는 금액은 1인당 20만~25만원 선이다. 지난 5차 지원금 수준으로 1인당 최대 25만원씩 전 국민(지난달 기준 주민등록인구 5166만 명)에 게 준다고 가정하면 단순 지급액만 12조9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행정 비용까지 더하면 13조원은 너끈히 드는 대형 사업이다. 올해분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등 7대 기초생활보장급여 예산 총액(16조4000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대선후보별 주요 경제 공약.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선후보별 주요 경제 공약.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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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가 내세운 대책 중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내년 10조원대에서 많게는 수십조원 예산을 추가해야 가능한 지역화폐 예산 증액,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확대가 있다. 이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꼽히는 보편·청년기본소득은 말할 것도 없다. 이재명표 기본소득 공약을 실현하려면 첫해 18조원으로 시작해 임기 마지막 해 59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차기 정부 복지예산 4분의 1을 기본소득에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선별 지원’을 강조하는 윤석열 후보도 예산 퍼주기 공약이란 점에서 사실 다를 게 없다. 윤 후보는 자영업 피해 전액 보상을 내걸었다. 여기에 50조원 예산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도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을 사고팔고(거래세) 보유하는(보유세) 모든 과정의 세금을 올려놓은 게 부동산 정책 패착이란 비판과 함께다. 감세는 현금 지원 못지않게 돈이 많이 드는 정책이다. 받기로 한 세금을 덜 받는 만큼 재정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어서다.

이를 방어해야 할 정부는 무력한 모습이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손실보상까지 5차례 거쳐서(기존 재난지원금을) 지원해 왔던 내용이 최대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금년도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추가 재난지원금 논의에 부정적이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백신·치료제 공급과 맞물려 대부분 국가가 재정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유독 경기 흐름에 역행하는 선거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 전 예산 보고서(Pre-election budget report)’ 도입을 제안했다. 호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법제화해 시행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권고하는 제도다. 선거를 앞두고 주요 예산 정책, 재정 현황을 면밀히 분석·전망하는 내용이다. 양 교수는 “선거 때마다 반복될 재정 퍼주기를 막기 위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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