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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문재인 김오수 이재명..불통의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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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총장, 기자들과 30분 불통대치

문재인 불통..이재명으로 이어지나

1. 김오수 검찰총장이 9일 오후3시30분경 대검찰청 총장실 앞에서 기자들과 대치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발단은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10월29일 대검 대변인이 사용하는 공용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가져가서 포렌식한 다음 그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겨준 사건입니다.

2. 이 사건은 3가지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첫째, 감찰부가 법적 절차를 무시했습니다. 법에 따라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임의제출 형식’으로 핸드폰을 가져갔습니다. 그 핸드폰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권후보가 검찰총장 당시 대변인(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이 사용하던 것으로 대검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포렌직 과정엔 사용자가 참관해야 하는데..그 절차도 무시됐습니다.

3. 둘째, 대검 감찰부는 핸드폰의 포렌직 결과를 공수처에 넘겼습니다.
공수처는 윤석열의 고발사주의혹 등을 수사중입니다. 그러니까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핸드폰을 압수해야 맞습니다.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공수처는 대검에 압수를 하청한 셈입니다.

4. 셋째, 대변인은 취재기자들과 접촉창구이기에 대변인 핸드폰은 곧 기자들과의 통화기록입니다.
언론의 취재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는 검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김오수 총장에게 ‘언론자유침해’라며 해명을 요구하기위해 찾아간 겁니다.

5.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김오수는 해명을 거부했습니다.
외부일정(검사장 교육)에 가야한다며..막아서는 기자들에게 ‘공무방해’라며 항의했습니다. 약 30분만에 기자들이 물러섰습니다. 김오수는 ‘전국 검사장들에게 여러분들의 공무방해로 늦었다고 설명하겠다’며 떠났습니다.

6. 이날 해프닝은 문재인 정부의 불통, 언론에 대한 불신ㆍ무시와 맥을 같이 합니다.

최근 문재인식 소통을 실감한 건 10월25일 국회시정연설 중계방송입니다. 대통령이 국회본회의장에 출석해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총리가 대신하던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연설해온 건 정말 잘 한 일입니다.

7. 놀라운 건 중계방송입니다.
라이브중계를 12개 채널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모든 채널이 똑같이 화면을 나눠..절반은 대통령 연설모습, 다른 절반은 연설내용을 설명하는 그래픽을 보여주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제공한 그래픽입니다. 이전 정권에선 못보던 방식입니다.

9. 소중한 전파자원의 낭비입니다.
화면은 물론 그래픽 내용까지 똑같다면..12개 방송사가 동시중계할 이유가 없습니다. 채널이 많은 건 방송의 다양성, 시청자의 선택권을 위한 것입니다. 중계방식은 과거보다 더 권위주의적인 일방통행이었습니다.

10. 문재인은 후보시절 ‘박근혜의 불통’을 비판하면서 ‘소통’을 다짐했습니다.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고..퇴근길에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광화문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측이 8일 ‘앞으로 후보의 현장브리핑 없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막았습니다. 또다른 불통의 시작일까요..
〈칼럼니스트〉
2021.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