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소장에 한숨까지 기재" 월성원전 재판서 변호인·검찰 설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핵심 3인방’에 대한 두 번째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공방이 치열했다.

9일 오전 대전지법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재판(공판 준비절차)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9일 오전 대전지법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에 대한 재판(공판 준비절차)이 진행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57)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55)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61)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3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로 백 전 장관 등 피고인 3명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변호인 재판부에 "공소장 수정 소송지휘" 요청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검찰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배에 따른 공소기각 또는 공소장 대거 수정 소송지휘를 요청했다. 공소장 103쪽 가운데 형식과 절차에 맞는 내용은 단 3쪽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 서류나 증거물은 첨부·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채희봉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본질과 동떨어진 관련자 진술을 (공소장에) 기재하는 등 검사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구성했다”며 “소셜미디어에 나온 내용이라며 참고인 한숨 소리까지 공소장에 기재했는데 이런 것까지 법정에서 다투라는 얘기냐”고 주장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기 위해 관계자와 논의하고 있다. 뉴스1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기 위해 관계자와 논의하고 있다. 뉴스1

백운규 전 장관 변호인도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자신이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피고인에 대한 (재판부의) 예단을 갖게 하겠다는 의지로 공소장이 작성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혐의 논리 전개를 위해 공소장 곳곳에 참고인 진술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이 지난 8월 24일 열린 첫 번째 공판 준비기일 때도 변호인들이 “증거능력이 없는 진술로 재판부가 예단을 가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재판부 "몇 가지 공소사실, 검찰이 명확한 의견 내야"

이와 관련, 재판부는 “몇 가지 공소사실 관련 검찰이 더 명확하게 의견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운규 피고인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구성 요건과 관련해 한수원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돼 있는데 법인이 직권남용 상대방이 될 수 있느냐”며 “채희봉·백운규 피고인 공모 범위도 명확히 특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을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을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와 관련, 한수원의 손해액을 1481억원으로 산정한 근거가 불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의견도 제출할 것을 검찰에 명령했다.

검찰 "청와대 등 다수가 장기간 조직적 범행"  

검찰 측은 “이 사건은 청와대와 산업부·한수원 등 다수가 장기간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공소장 일본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범행 특성을 고려해 공소장을 상세히 기술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지난 2월 9일 월성원전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9일 대전구치소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9일 월성원전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9일 대전구치소를 나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채 전 비서관 측 변호인은 2017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월성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원자력안전위원회 결정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 내용이 공소장에 간략하게 기재된 것을 언급하며 “법조인이라면,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이 판결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것인데도 (공소장에) 딱 한 줄 쓰여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법조인이라면" 주장에 검찰 "예의 갖추라" 설전 

반면 검찰은 “검사를 상식도 없는 인간처럼 말하느냐. 예의를 갖추라”고 강하게 맞받았다. 다음 공판 준비기일은 12월 21일 오후 2시 대전지법 316호 법정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