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퍼블릭 코스엔 ‘자동차 코드’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09 00:03

업데이트 2021.11.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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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퍼블릭 골프장인 페블비치는 컨트리클럽이 아닌 링크스라 불린다. [AFP=연합뉴스]

퍼블릭 골프장인 페블비치는 컨트리클럽이 아닌 링크스라 불린다. [AFP=연합뉴스]

골프장에 갔는데 코스에서 핸드폰을 썼다고 쫓아낸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9홀 후 간단히 먹으려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가는데 골프복 대신 재킷으로 갈아입고 오라고 하면 어떨까.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명문 클럽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이다. 이 드레스 코드 등에 동의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북 김제의 퍼블릭 코스인 아네스빌CC는 최근 “2022년 1월 1일부터 모든 일본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고자 한다”고 공지했다. 일본 차는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고, 골프 백을 내려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뉴스 사이트에는 진보와 보수의 댓글 다툼도 벌어졌다.

이 건의 본질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개념을 이해 못해서 생긴 일이자, 골프장 측에서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일종의 갑질이라고 본다.

골프장이 특정 차량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선 엄격한 드레스코드를 가진 클럽이 있고, 현대인의 필수품인 핸드폰을 절대 들이지 않는 골프장도 있다. 그런 예를 대입해보면 미국 차든, 일본 차든, 스포츠카든 바리케이드를 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건 회원제(프라이빗) 코스 얘기다. 이는 회원들이 ‘합의’하는, 또는 그에 동의하고 가입하는 ‘클럽’ 형태라서 가능하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특정인들이 점심으로 뭘 먹든, 특정 차량을 출입금지 하든 말든 상관할 바도 아니다.

반면 대중을 상대하는 퍼블릭 코스에는 이런 ‘코드’가 없거나 최소한만 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는 합의할 수 없다. 합의 안된 일에 골프장 소유주가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일종의 갑질이다.

주인이라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중이 이용하는 골프장이라 회원제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내지 않는가. 꼭 하고 싶다면 회원제로 전환해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멤버로 꾸려 원하는 코드를 만들면 된다.

한국에서 회원제와 대중제의 정체성을 헷갈리는 이유는 이름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의 퍼블릭 골프장들도 골프클럽(GC: Golf Club) 혹은 컨트리클럽(CC: Country Club)이라고 명명한다.

퍼블릭인 아네스빌도 컨트리클럽이라고 이름 붙였다. 클럽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골프장다운 골프장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클럽’은 원칙적으로 퍼블릭 코스에 붙이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바닷가의 명 코스인 페블비치는 페블비치CC가 아니라 페블비치 링크스(바닷가의 골프코스)다.

가장 성스러운 곳이라도 퍼블릭이라면 클럽이 아니다. 골프 성지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골프장은 올드 코스라고 부르지 올드 클럽이라고 하지 않는다.

2010년 라이더컵이 열린 웨일스의 캘틱 매너 골프장은 식사하고 옷 갈아입는 건물을 클럽하우스가 아니라 골프 하우스라고 부른다. 클럽이 아니므로 클럽하우스가 아니라고 한다.

일부 예외도 있지만 한국처럼 무분별하게 CC, GC를 갖다 붙이지는 않는다.

논리도 모순적이다. 일본 차 금지 골프장은 일본산 카트를 쓴다. 이용자들은 골프장에 오갈 때는 일본 차를 타면 안 되고, 골프장 안에서는 일본 카트만 타야 한다. 일본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일본 카트를 탈 수밖에 없게 하는 건 뭐라 설명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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