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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배우겠다” 서울대 유학 온 ‘미스 인도네시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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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니사 피트리아나

아니사 피트리아나

배우, 모델, 미스 인도네시아, 그리고 장관 수행…. 화려하고 독특한 이력의 아니사 피트리아나(Annisa Fitriana·26·사진)는 지금 서울대 대학원생이다.

피트리아나는 인도네시아대 커뮤니케이션 학부를 졸업한 뒤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관광부에서 커뮤니케이션 분석 직원으로 일하다가 보좌관으로 승진하면서 전·현직 장관을 수행했다. 앞서 10년 남짓 배우·모델 활동을 하고 2019년엔 미스 인도네시아(4위)로 선발됐다.

그런 그가 지난해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서울대 어학당을 거쳐 지난 8월 서울대 MBA에 입학했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년 만에 한국 문화에 많이 적응한 듯 ‘꼰대’와 같은 은어도 안다고 했다.

피트리아나는 경영과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장관실에서 창조문화산업 쪽으로 일하면서 지적 재산을 활용해 창조적 산업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졌고 석사 학위를 따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장관실에 사표를 냈다.

한국행은 예정된 선택이었다. 피트리아나는 하이브의 ‘위버스’와 카카오의 ‘웹툰’ 서비스를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위버스는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는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를 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를 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그는 “창조문화산업 쪽 대표들이 다 서울대를 졸업한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서울대에만 지원했다”고 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 SM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 등을 언급하면서다.

피트리아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뮤직비디오, 광고, 뮤지컬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10여년의 연예계 활동에 미련이 남아 있을 법도 했지만 “배우나 모델이 꿈이 아니다. 경영을 하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뛰어들었다고 한다. 장관실 업무와 배우 등의 활동을 병행하느라 휴가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어학당에서 공부할 때가 휴가였다. 수업 끝나면 쉴 수 있어서 마냥 좋았다”고 했다.

“카카오나 하이브 같이 지적재산을 잘 활용하는 기업에 가서 배우고 나중에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경영하고 싶습니다.” 피트리아나의 꿈이다. 서울대 MBA에서 경영을 배운 뒤 모국과 한국의 창조산업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그는 “한국 엔터테인먼트들처럼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얘기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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