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용형 "K리그 준우승만 3회, 감독으론 우승해야죠"

중앙일보

입력

은퇴식 중 전광판을 바라보는 조용형. [사진 프로축구연맹]

은퇴식 중 전광판을 바라보는 조용형. [사진 프로축구연맹]

"시원섭섭합니다."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조용형(38)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소감이다. 조용형은 지난 6일 '친정팀' 제주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그는 2005년 제주의 전신인 부천 SK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K리그에선 2007년(성남 일화)을 제외하고 모두 제주(2005~06, 08~10년, 17~19년) 유니폼을 입었다. 2010∼2016년엔 카타르와 중국 리그에서 활약했다. 마지막 팀도 제주였다. 제주 소속으로 리그에서만 176경기를 뛰었다.

제주서 은퇴식한 레전드 수비수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주역 #전성기 시절 '제2의 홍명보' 별명 #빠른 축구, 소통하는 지도자 꿈꿔

제주는 이런 그를 구단 '레전드'로 대우했다. 은퇴식을 하루 앞두고 만난 조용형은 "사실 선수 생활을 조금 더 하고 싶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워낙 좋아서 웬만한 팀에선 주전으로 뛸 자신이 있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로 기회가 열리지 않아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떠나야 할 때가 맞다. 축구 인생의 마침표를 함께 해준 제주 구단과 팬이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조용형은 제주에서 뛰며 리그 준우승만 두 차례 경험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조용형은 제주에서 뛰며 리그 준우승만 두 차례 경험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조용형은 전성기 시절 '제2의 홍명보'로 불렸다. 축구 지능이 높고 발밑 기술이 좋아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의 현역 때와 닮았다는 평가였다. 한 수 앞을 미리 내다보고 움직여 상대 공격을 차단했고, 정확한 패스로 후방 빌드업의 시작점이었다. 2000년대 한국 축구에선 보기 드문 유형의 수비수였다. 인천 부평고 출신 조용형은 1학년 때 2년 선배 이천수, 최태욱 등의 드리블과 패스를 보며 연습했다. 고교 3학년이던 이천수와 최태욱은 이미 국가대표로 거론되던 초고교급 선수였다.

조용형은 이때부터 유리한 자리를 잡고, 볼을 뺏기지 않고 정확히 동료에게 전달하는 연습을 남몰래 했다. 조용형은 "나는 수비수로는 크지 않은 체격(183㎝)이다. 190㎝ 이상의 '괴물 피지컬'을 가진 수비수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했다. 훌륭한 선배들과 한솥밥을 먹은 덕분에 동기부여가 됐다"며 영리한 볼 처리 능력을 키우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렇다고 그가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프로 데뷔 초반까지만 해도 '제2의 홍명보' 외에 '자동문'이라는 굴욕적인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불안한 플레이로 종종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탓이다. '자동문'이라는 말이 사라진 것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다. 이정수와 함께 주전 중앙 수비수로 나선 조용형은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특히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선 온몸을 던져 상대 슛을 막는 처절한 수비로 한국의 무실점(2-0승) 승리에 힘을 보탰다.

조용형은 "당시 우리 팀 멤버가 좋았다. (박)지성이 형, (이)영표 형, (차)두리 형 등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내 역할만 하면 됐다. 덕분에 일부 팬이 가졌던 편견을 바꿀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패하긴 했지만,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즈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나선 아르헨티나(조별리그 2차전)와 경기를 하고 나니, 다른 팀 공격수의 드리블 속도가 느리게 보이더라. 자신감이 붙어서 수비를 할 때도 한 수 앞을 내다보고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용형은 이제부터 지도자의 길을 걸을 계획이다. 프로팀 코치를 맡을 수 있는 A급 지도자 라이센스를 올해 안에 취득한다. 그는 "지도자로는 초보다. 밑바닥부터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나가겠다. 수비수 출신이지만, 중원에서 빠르게 공수 전환하는 축구를 펼치고 싶다. 무엇보다 선수를 관찰하고 먼저 다가가 소통하는 지도자를 꿈꾼다"고 설명했다. 아쉽게도 조용형은 현역 시절 K리그 우승이 없다. 준우승만 세 차례(2007년 성남, 10·17년 제주) 했다. 그래서 우승 욕심이 더 많다. 그는 "선수로 이루지 못한 K리그 우승의 꿈, 감독으로는 꼭 이루고 싶다. 미래에 제주에서 그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그날을 꿈꾸며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