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밤거리 점령한 무법자들…참다못한 시민들이 잡아냈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11.08 06:00

지난 4일 오후 9시30분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대덕연구단지 쪽에서 괴정동·도마동 방향으로 대기하던 오토바이 3대가 녹색신호가 바뀌기도 전에 굉음을 울리며 일제히 출발했다. 이들은 정지선은 물론 보행자 건널목까지 넘어 멈춰서 있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질주했다. 오른쪽에서 진입하던 시내버스는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가까스로 교차로를 통과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적색신호(가운데 노란색 원)가 켜져 있는데도 오토바이 1대(오른쪽 노란 원)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적색신호(가운데 노란색 원)가 켜져 있는데도 오토바이 1대(오른쪽 노란 원)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잠시 뒤 오토바이 2대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교차로로 진입하다 충돌할 뻔했다. 운전자들은 상대방이 진입하는 것을 보고서도 그대로 교차로로 들어섰다. 또 다른 오토바이는 교차로 보행자 건널목을 횡단한 뒤 인도 위로 질주했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다치기 싫으면 아쉬운 사람이 피하라는 건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한 시민은 “(먹고 살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애먼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까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차로 '충돌 직전' 아찔한 상황 연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족이 급증하면서 오토바이 관련 사고와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은 물론 인도와 자전거 전용차로까지 질주하는 등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야간에는 경찰과 자치단체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심은 말 그대로 ‘불법천국’이 된다. 아파트 밀집지역에선 오토바이 소음에 “잠은 고사하고 TV도 시청하지 못할 정도”라며 경찰과 자치단체에 단속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적색신호(왼쪽 노란색 원)가 켜져 있는데도 오토바이 1대(오른쪽 원)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적색신호(왼쪽 노란색 원)가 켜져 있는데도 오토바이 1대(오른쪽 원)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학원이 밀집한 대전시청 인근에선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강의 중엔 오토바이 소음으로,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불법운행으로 이중고를 겪는다. 지난 5일 오후 9시20분쯤 지하철 대전시청역 인근에서 만난 여고생 2명은 “(아저씨들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데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다”며 “인도로는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경찰청은 10~12월 석 달을 ‘이륜차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난폭운전을 단속 중이다. 오토바이 교통사고 다발지역 13곳과 교통법규 위반이 잦은 28곳에서는 암행순찰차를 이용한 캠코더 단속, 사이드카(경찰 오토바이) 단속을 병행한다. 기동대와 방범순찰대 직원을 동원, 주요 지점에서 오토바이 법규위반을 촬영·단속하는 방식도 이뤄지고 있다.

대전 올해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망 14명 

경찰에 따르면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오후 6~10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발생한 오토바이 교통사고 가운데 33%(143건)가 이 시간에 발생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도 25%(104건)가 집중됐다. 10월 말 기준 대전지역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54명→48명) 감소했지만,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12명에서 올해는 14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적색신호가 켜져 있는데도 오토바이 1대(왼쪽 노란색 원)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적색신호가 켜져 있는데도 오토바이 1대(왼쪽 노란색 원)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11월 한 달간은 신호위반과 중앙선 침범, 인도주행 등 주요 교통사고 유발행위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며 “단속에 적발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행위 영상촬영·운전자 면허벌점, 업주도 처벌 

경찰은 그동안 해오던 과태료 처분이 운전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 불법행위를 영상으로 촬영한 뒤 운전자를 찾아가 통고 처분 및 면허벌점을 부과할 계획이다. 배달원이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그를 고용하거나 관리하는 업주도 감독·관리의무 소홀(도로교통법 제159조 양벌규정) 혐의로 형사처벌키로 했다.

세종시에서는 시민들이 공익제보단으로 나서 오토바이의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휴대전화로 촬영·신고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불법행위를 참다못해 시민 스스로가 문제를 풀겠다며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제보단에 가입한 시민 110명이 지난 1년간 5000여 건의 오토바이 난폭운전을 신고했다.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오토바이 1대(왼쪽 노란색 원)가 보행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교통섬을 점령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오토바이 1대(왼쪽 노란색 원)가 보행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교통섬을 점령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2019년 5명이던 세종지역 이륜차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는 공익제보단이 출범한 지난해 2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종시는 실적이 좋은 공익제보단을 포상하고 오토바이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경찰과 합동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세종 공익제보단, 1년간 난폭운전 5000건 신고 

시민들은 오토바이 소음에 대해서도 경찰과 자치단체가 단속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신고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가 ‘표심’을 의식해 단속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문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현행 이륜차 소음단속 기준(소음·진동관리법상 승용차 100㏈, 이륜차 105㏈)은 주민이 체감하는 것보다 수치가 훨씬 높다. 환경부가 정한 주택가 소음 기준(65㏈)보다 높아도 105㏈이 넘지 않으면 단속할 수 없다. 100dB은 열차가 통과하는 철도 변에서 측정되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오토바이 1대(오른쪽 원)가 보행자 건널목을 불법으로 주행하고 있다. 뒤에는 한 시민(왼쪽 원)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퀵보르를 타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오후 9시30분쯤 대전시 서구 큰마을네거리 교차로. 오토바이 1대(오른쪽 원)가 보행자 건널목을 불법으로 주행하고 있다. 뒤에는 한 시민(왼쪽 원)이 안전모를 쓰지 않고 퀵보르를 타고 있다. 신진호 기자

최근 홍순헌 부산 해운대구청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굉음 유발 자동차·이륜차 소음 허용 기준치 하향 건의’ 청원을 올렸다. 오토바이 소음에 따른 불안과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민원이 크게 늘었지만,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홍순헌 구청장은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제29조 및 제40조에 규정된 차량 소음허용 기준을 80㏈로 낮추는 법 개정을 위해 전국 기초단체 연대기구 결성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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