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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예상한 이재명…'검찰총장감' 치켜세우더니 "적폐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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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됨에 따라, 결전의 날인 내년 3월 9일까지 125일간 펼쳐질 20대 대선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윤 후보가 양강을 형성하는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이 함께 출발선에 서는 다자 구도로 일단 레이스가 시작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됨에 따라, 결전의 날인 내년 3월 9일까지 125일간 펼쳐질 20대 대선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윤 후보가 양강을 형성하는 가운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이 함께 출발선에 서는 다자 구도로 일단 레이스가 시작됐다. 연합뉴스

“현실적으로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장 강력한 상대가 될 거다. 정권 심판론이 있는 한 그만큼의 빛을 발하는 사람이 없다. 윤 전 총장은 탄압을 받은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이후에도 줄곧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자신의 라이벌로 지목해왔다. “정권 심판론을 반사하는 ‘역(逆)반사체’라는 측면에서는 반사광이 제일 크다”, “(현 정권) 심판 수단으로 누가 가장 유용할 것이냐는 열망에 부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윤 후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순간이다. 한국갤럽이 5일 발표한 정기 여론조사(2~4일)에서 ‘정권 교체론’은 57%로, ‘정권 유지론’(33%)보다 24%포인트 높았다. ‘정권 교체론’은 이 문항을 처음 조사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정은 단기속성 과외로 안 돼”…인물 경쟁력 앞세운 李

강력한 정권교체 여론과 대장동 의혹 등 출발선의 형세는 불리하지만, 이 후보 측은 ‘인물 경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11년간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며 다진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가진 이 후보와 평생 검사로 살아온 윤 후보의 경험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래를 향한 비전과 정책, 실력에서는 이 후보가 확실한 우위를 점할 거란 자신감이 있다”고 전했다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려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려 있다. 연합뉴스

그간 이 후보 본인도 윤 후보의 ‘실력’에 수차례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 후보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국민의 유용한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네면서도, “기대와는 달리 예상대로 콘텐트 부재로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냉정한 평가를 반복했다.

윤 후보가 ‘부정 식품’, ‘후쿠시마 원전’ 발언으로 설화에 오를 때면 이 후보의 표현도 덩달아 거칠어졌다. 이 후보는 그때마다 “선생님을 잘못 만난 것 같다. 혹시 일본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분을 선생님으로 두셨나”라고 말하거나, “공부하는 시간에 혹시 무협지 보셨나”라며 윤 후보를 평가 절하했다.

윤 후보가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도 이 후보가 공략하는 지점이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윤 후보에 대해 “입법·사법·행정 중에서 사법의 극히 일부, 과거를 향해 처벌하는 아주 부분적인 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인데, 국가 경영을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정이라고 하는 게 단기속성 과외로 쉽지는 않다. 매우 복합적이고, 종합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말 섬세하고 광범위하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李, 4년 전 尹을 검찰총장감으로 거론…지금은 “적폐 검사”

사실 이 후보는 4년 전만 해도 윤 후보를 검찰총장 적임자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2017년 1월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 후보는 공권력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윤석열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 시켜 ‘가족이고 뭐고 다 때려잡아라. 그러면 나중에 법무부 장관 시켜줄게’ 하면 얼마나 열심히 잡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최근 자신의 평가를 180도 바꾼 상태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강원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윤 후보에 대해 “검사로서도 무능하다”며 “매우 위험하고 악의적인 검사, 필요에 따라서 얼마든지 조작을 하는 검사”라고 표현했다. 지난 9월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적폐를 청산하는 정의로운 검사인 줄 알았더니, 정의를 빙자한 적폐검사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도착해 많은 인파 속에서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도착해 많은 인파 속에서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대통령 자리를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겨루게 됐다. 두 사람의 수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윤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과의 싸움이다. 반드시 정권교체 해내겠다”며 정권심판론에 호소했다.

반면 이 후보는 이날 윤 후보 선출 소식에 “축하드린다”며 “이번 대선이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메시지는 이 후보 측이 강점으로 꼽는 정책·비전 경쟁에 힘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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