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할 정진상·유동규 ‘통화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대리가 9월 29일 검찰 압수수색 직전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캠프 부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관련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앙포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대리가 9월 29일 검찰 압수수색 직전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캠프 부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관련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앙포토]

김만배·남욱 구속으로 검찰 수사 탄력 받아

유동규 배임 관련 성남시 역할 규명할 필요

검찰이 어제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남욱 변호사를 구속함에 따라 지지부진하던 ‘대장동 게이트’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앞서 김 대주주 구속영장이 한 차례 불발되면서 부실 수사라고 지탄받았던 검찰은 재차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김 대주주와 남 변호사에게는 뇌물공여와 횡령 외에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게다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대리에게 배임 혐의가 추가됨에 따라 당시 성남시청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지사 재임 때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정진상 캠프 부실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이 지난 9월 29일 유 사장대리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 직전에 정 부실장이 유 사장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유 사장대리는 오피스텔 문을 잠그고 검찰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은 채 장시간 통화했고, 창문 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져 증거인멸을 노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 부실장의 통화 내용은 반드시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 핵심 관계자들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검찰에 제공해 유 사장대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한 시점에 정 부실장이 입을 맞추려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 부실장은 어제 “(유 사장대리가) 평소 알고 있던 모습과 달리 부정한 일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 판단해 통화했다”고 해명했으나 의구심이 남는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0일 국회 국정감사에 경기지사 자격으로 참석해 “유동규 사장대리가 압수수색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발언했는데 당시까지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을 언급해 야당 의원들이 출처를 추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 부실장의 통화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 측은 이 후보의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윤정수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자체 조사로 발간한 ‘대장동 보고서’에서 “대장동 개발에 따른 추가이익 배분 조항을 삭제한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공사 측에 1793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자체 조사한 배임액 1793억원은 검찰이 유 사장대리에게 적용한 배임액(651억원+알파)보다 많은 것이다.

이제 검찰 수사는 당시 성남시 고위 관계자들의 역할 규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법에 따라 어떤 성역도 남기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꼬리 자르기로 끝내려 할 경우 국민 4명 중 3명이 동의하는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