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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미국 테이퍼링 공식화, 금리인상 충격파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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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시중금리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가 1800조원에 달해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시중금리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가 1800조원에 달해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물가 치솟자 양적완화 끝내고 돈줄 조여

가계부채 1800조원 떠안은 한국도 비상

마침내 올 것이 왔다. 거듭 예고됐던 미국의 돈줄 죄기 얘기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어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작을 선언했다.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시작했던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Fed는 매달 15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축소한다. 자산매입을 축소하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경제 전망의 변화에 따라 매입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혀 급격히 돈줄을 죄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를 반영해 돈줄 죄기 소식이 나왔는데도 세계 주요 증시는 일단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년 중 테이퍼링이 끝나면 Fed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금리는 이미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향후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달려 있다. 블룸버그는 “Fed가 테이퍼링에 착수한 것은 최근 주요 산업의 공급망 불균형이 일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조짐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일시적이라는 시각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시각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불안이 지속하고 소비자물가가 치솟으면서 낙관론이 잦아들고 있다.

결국 물가만 오르고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Fed 역시 이런 우려에 따라 먼저 내년 상반기까지 8개월간 점진적 자산매입 축소에 나선 뒤 경기 동향을 봐가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금리는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째 제로금리 상태(0~0.25%)에 머물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미 Fed 정책 전환의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 시중금리 지표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3개월 만에 50%가량 급등했다. 이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3%대 상품이 사라지고 최근 5%를 돌파했다. 빚을 얻어 아파트 ‘영끌 매수’에 나섰던 가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미 가계부채는 180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자를 내지 못하게 되면 가계 파산이 속출하고 은행은 부실채권이 쌓여 부실해지게 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9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지 못하면 경제가 더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발 금리 인상 충격파가 가계를 덮치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에 나서야 한다. 가계도 안전벨트를 단단히 맨다는 자세로 부채 관리에 빈틈이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