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파트 주차권 팔아요"…입주민 분노케한 꼼수 거래의 최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파트 주차장입니다. 월 18만원. 컨디션 직접 와서 보세요”

최근 중고거래사이트에 자주 볼 수 있는 주차권 판매 글이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주차장 이용권을 파는 것이다. 특히 마포구, 강남구 등 주택 인근에 회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거래가 활발하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회사 근처의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경우 사설 주자창보다 저렴하게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묘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차권들. 월 주차권 가격은 약 8~2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당근마켓 캡쳐]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차권들. 월 주차권 가격은 약 8~2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당근마켓 캡쳐]

직장 인근 주차난에…월 20만원까지 거래되는 주차권

당근마켓에 나온 주차권들은 주로 하루나 월 단위로 거래된다. 지역에 따라 8만원부터 20만원까지 값이 매겨진다. 자가용 차량이 없는 주민이 사용하지 않는 본인의 주차 자리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주차권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차량 등록만 하면 통과할 수 있는 주차시스템이라 간편하다”며 본인 오피스텔 주자창을 홍보하기도 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서울 강남권일수록 가격은 치솟았고 거래도 잘 됐다.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는 강모(29)씨는 “관리비를 10만원 정도 내는데,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아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관리비나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월 8만원 정도에 주차권을 판매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주택가 노상에 주차된 차량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뉴스1

2018년 1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주택가 노상에 주차된 차량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뉴스1

꼼수 거래에 주민들이 나섰다

주차권 거래 열풍에 아파트·오피스텔 관리소와 주민들이 나섰다. 중고거래사이트에 꼼수 거래를 노리는 판매 글이 올라오면 이를 입주민들이 신고하고, 아파트 측은 공문을 붙이는 식으로 경고하기도 한다. 마포구 주민 김모(32)씨는 “주기적으로 당근마켓 들어가서 우리 아파트 주차권을 판매하는 글이 있는지 확인한다. 본인 땅도 아니면서 그렇게 이익을 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발견할 때마다 관리사무소에 알려 준다”고 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관리도 꼼꼼해지는 추세다. 서울 선릉역 인근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8)씨는 “20만원 정도에 주차권이 거래된다고 해서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에 혹했지만, 이제 오피스텔 측에서 이런 꼼수 판매를 알고서는 관리를 철저히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명의로 된 차량 등록증을 제출하고 차량을 바꿀 때도 왜 바꾸게 됐는지 관련 서류를 많이 내야 한다. 꼼수가 통하기 어려워서 용돈 벌이 하는 사람이 확 줄었다”고 했다.

주차권 사고팔았다가 고발당할 수도

이 같은 행위는 서울시의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따르면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공동주택 주차장은 입주자 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친 뒤 입주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만 외부인에게 임대가 가능하다. 만약 다른 입주자들의 동의 없이 개인이 주차권을 팔아 이익을 얻었다면 처벌될 수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동주택 주차장이 법으로 지정한 공용시설이기 때문에 주차권을 개인이 무단으로 팔아 영리를 취하는 행동은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이며 민법상 부당이득죄에 해당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