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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통화한 정진상 “강력경고”…검·경 저자세 입장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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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비서실 부실장(전 경기도 정책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성남시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651억원+α’ 배임 혐의 주범으로 구속기소된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수사 착수 당일 여당 대선 후보 최측근과 통화한 사실 자체보다 정 전 실장의 ‘경고’에 검찰과 경찰이 잇따라 해명성 입장을 내면서다.

정 전 실장은 4일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법당국이 특정 개인에 대한 수사 내용을 일부 언론에 흘려 흠집을 내려는 행태에 대해 강력 경고한다”고 했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각각 “당사자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당사자가 좌시하지 않겠다는데 저희를 통해 언론에 흘러가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영장심사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영장심사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진상, 유동규에 “충실히 수사 임하라”…가이드라인 줬나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최근 유 전 본부장의 아이폰을 복구해 디지털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지난 9월 29일 검찰 압수수색 직전 정진상 부실장과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다고 한다. 정 부실장과 당시 통화는 일반 전화가 아니라 아이폰에서만 제공하는 통화 앱인 ‘페이스타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 부실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유 전 본부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5분 동안 통화한 이유에 대해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동규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했다. 다만 페이스타임을 쓴 이유를 묻자 “페이스타임인지, 일반전화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휴대전화는 유 전 부장이 자택 압수수색을 위해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치기 직전 9층 오피스텔 창문 밖으로 던졌으나 경찰이 나중에 주워간 행인에게 압수한 뒤 수리한 문제의 폰이다. 경찰은 휴대전화 잠금 해제까지는 성공했으나, 텔레그램의 비밀번호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씨는 주로 텔레그램을 사용했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 창밖으로 투척한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남성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TV조선 캡처]

지난달 29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 창밖으로 투척한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남성의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 TV조선 캡처]

이 후보는 지난달 20일 국정감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체포될 당시 전화 통화를 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이 친구와 통화한 게 최근엔 전혀 없다”며 “그런데 제가 들은 바로는 작년 이혼 문제 때문에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아마 체포될 당시에, 압수수색 당시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경 수사, ‘대장동 4인방’ 넘어 윗선 겨눌까

유동규 전 본부장의 1‧2차 공소장에는 정 부실장과의 통화 내용 등과 관련한 내용이 없어 검찰이 성남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다만 4일 새벽 민간사업자 측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를 구속하는 데 성공한 만큼 앞으론 ‘윗선’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 후보의 ‘고정이익 확보’ 등에 대한 지시가 과연 순수한 정책적 판단이었는지를 따져 보기 위해 당시 정 부실장을 포함한 성남시 관계자들의 휴대전화와 계좌 등에 대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만배씨 등의 청탁·로비 등이 없었는지, 사익을 추구한 정황은 없는지 등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가 제보한 녹취록에는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측근 인사들의 이름이 수차례 거명됐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측은 이 지사 측근들이 결국 ‘최종 목적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거론된 인사들은 “사기꾼들 간 대화에 언급됐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그러나 최근에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2인자라는 뜻의 ‘유투’로 불린 유한기 전 본부장이 황무성 초대 공사 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며 정 부실장 등의 이름을 8차례 거론해 논란이 됐다. 정 부실장은 지난달 초엔 대장동 개발지구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정상 분양받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과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마음의 차이는 크다”며 “향후 유 전 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서 밖에 조사할 수 없다는 수사의 태생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휴대전화와 계좌 등 남은 증거에 대한 신속한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4일 정 부실장을 향한 검·경의 입장문이 ‘너무 저자세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은 이날 사법기관을 향한 강력 경고를 담은 정 부실장의 공식 입장이 배포된 지 약 20여분 만에 “검찰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언론에 알려준 사실이 없다”며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의 명예와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날 오후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일반 통화목록이나 포렌식, 앱 통화 등에 대해서는 수사사항이기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정 부실장이 ‘사법당국에서 수사사항을 유출하는 거에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저희를 통해 언론에 흘러가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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