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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 산업용마저 아슬아슬…"최악땐 요소없이 車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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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요소수 대란' 에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돌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품귀 사태를 촉발한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이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소수 산업→차량 전환 추진

노후 경유차. 연합뉴스

노후 경유차. 연합뉴스

4일 정부는 빠르면 다음 주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ㆍ화력ㆍ시멘트 업계 요소수 재고 파악을 끝냈다.

요소수는 디젤차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의 일종인 질소산화물을 줄여주는 촉매제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요소를 증류수에 섞어 만든다. 버스나 트럭 등 디젤차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배출가스저감장치(SCR)’에 필수로 넣어야 한다. 국내 디젤 화물차 60%는 이 SCR이 장착돼 있다.

문제는 중국이 최근 석탄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달 15일 요소 수출 전 상품 검사를 의무화 하면서 시작했다. 동절기를 앞두고 자국 내 석탄 부족 우려가 커지자, 석탄에서 뽑아내는 요소 수출을 사실상 막은 것이다. 한국은 과거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요소 생산 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아, 2011년 이후 국내 요소 생산 설비가 없다. 현재는 산업용 요소 97%를 중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수출 제한을 풀지 않으면 당장 요소를 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요소수 대란으로 화물차 대부분이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요소 수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요소 수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들여오는 요소 수입물량은 55만t이다. 이 중 산업용 요소가 33만t인데, 8만t은 차량용으로 사용했다. 정부는 당장 급한 차량용 요소수 확보를 위해 기존 산업용 요소 일부를 차량용으로 쓸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다. 우선 이를 위해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쓸 수 있는지 기술 검토 중이다. 검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차량용 전환이 가능하다. 다만 산업부는 산업용 요소도 “남은 재고량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대기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상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요소수는 차량용으로 사용하는 요소수 보다 배출량 저감 정도가 낮다. 이 때문에 산업용을 차량용으로 쓰면 현재보다 배출량이 더 늘어날 수 있어 관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 단속도 나선다. 4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물가안정법에 근거한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다음주 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지방환경청에 매점매석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환경부ㆍ공정위ㆍ국세청ㆍ관세청 등 관계부처로 구성한 합동 단속반도 가동한다.

최악 땐 “요소 없이 운행”

1일 한 중고물품 거래 온라인 카페에 요소수 10리터 제품이 10만원에 올라온 모습. 홈페이지 캡처

1일 한 중고물품 거래 온라인 카페에 요소수 10리터 제품이 10만원에 올라온 모습.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요소수 대란을 막기 위해 사실상 쓸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정부 요소수 수출 제한이 석탄 부족에서 시작한 만큼 동절기가 끝나기 전에는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정부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 때는 요소 없이 차 운행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환경규제ㆍ기술 문제 때문에 쉽진 않다”고 했다.

원래는 요소수 없이도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2015년 9월 ‘유로6’라고 불리는 환경 규제를 시행하면서 경유차에 요소수 투입을 의무화했다. 유로6 적용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아예 시동도 걸리지 않게 설계됐다. 정부가 요소수 없이 경유차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면 차량 운행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선결 과제 필요하다.

우선 정부가 '유로6' 같은 환경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야 한다. 다만 이를 허용할 경우 대기가스 배출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소관 부처인 환경부에서는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기술적 문제도 있다. 현재 국내 화물차 대부분은 B사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쓰고 있다. 요소수 없이도 차량 운행이 가능하게 하려면 B사가 ‘로직 시스템’을 바꿔줘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요소 없이 차량 운행이 기술적으로 가능할지도 미지수이지만, 준비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면서 “최악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부터라도 이와 관련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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