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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부르는 지방대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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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내셔널팀장

최경호 내셔널팀장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대학부터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다. 지방대의 학생 충원율이 매년 곤두박질한 것을 빗댄 예측이기도 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331개 국내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은 4만586명에 달한다. 이 중 75%(3만458명)가 비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사립대의 신입생 미달은 대학의 재정 위기와 직결된다. 총수입 중 학생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이다. 입시 때만 되면 대학마다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대책을 쏟아내는 이유다.

재정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도 다양하다. 대구 가톨릭대는 1억원 이상 학교 발전기금을 낸 기부자에게 묫자리를 제공키로 했다. 올해 신입생 충원율 84%로 미달 사태를 빚은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묫자리 제공 소식이 알려진 지 일주일 만에 12명이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대학 재정위기는 국·공립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대는 학교 발전기금을 모바일로 24시간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발전기금이 2019년 60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줄어든 데 따른 조처다.

학교 발전기금 1억원 이상 기부자에게 묫자리를 제공키로 한 가톨릭 군위묘원. [사진 대구 가톨릭대]

학교 발전기금 1억원 이상 기부자에게 묫자리를 제공키로 한 가톨릭 군위묘원. [사진 대구 가톨릭대]

전문가들은 지방대 위기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대학 경쟁력을 키울 동력도 날로 떨어지는 탓이다. 교육당국의 다양한 정책적 처방에도 “근본적 대책으론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대 위기감이 잔뜩 고조된 상황에서도 수도권 위주의 지원책이 이어지는 것도 악재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산학협력단 보조금으로 책정된 3조2000억원 중 72.3%가 수도권 대학에 집중됐다. 하다못해 ‘스펙 쌓기’조차 대부분의 기회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서 의원은 “대학 구조개혁이 본격화한 지난 9년간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규모는 확대됐지만, 수도권 대학 집중 투자로 지방대는 더욱 어려워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방 대학가에선 “역량 있는 대학이라도 선별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 등을 통해 재정지원을 늘려달라는 주문이다. 대학들이 이른바 ‘돈줄’을 찾기보다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도록 지원정책을 손질하자는 얘기다.

이들의 주장 이면에는 다소 극단적인 우려도 깔려있다. 지방대 위기를 단순히 대학이 아닌, 지방소멸로 보는 시각이다. 인구 감소로 촉발된 지방대 및 지방인재 소멸은 곧 해당 지역의 붕괴를 알리는 경고음과도 같아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우려는 봄꽃을 찬양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또 한 번 떠올리게 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이 소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