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빅2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 신경전이 경선 막판 사생결단식 전면전으로 가고 있다. “조직은 바람을 이길 수 없다”는 홍 의원의 ‘바람론’에, 윤 전 총장이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며 ‘조직론’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2일 페이스북에 “저 윤석열,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거나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썼다.
당 내 세(勢) 대결에서의 우위를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힘’으로 치환하며 '팀 플레이 보다 단독플레이' 이미지가 강한 홍 의원을 공격한 모양새다. 윤 총장은 “제가 당 후보가 되면 개인이 집권하는 것도 캠프가 집권하는 것도 아니다. 당이 집권하는 것이고, 나아가 야권 전체 그리고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사람들이 집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도 지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 캠프를 겨냥해 “당원의 힘으로 구태 정치, 줄세우기 정치, 구태 정치인들을 몰아내자”는 글을 올렸다. 또 3일 개시하는 국민여론조사를 거론하면서 “어차피 제가 10% 이상 차이로 이긴다”며 “당심에서도 완벽하게 이기게 해 주셔야 저들이 승복한다”고 지지를 촉구했다.
홍 의원이 전날 밤 SNS에 올린 “저는 모실 상왕이 없다. 누구에 기대어 하는 정치는 담벼락이 무너지는 순간 같이 깔려 죽는다”는 글도 공방 거리가 됐다. 이 글을 놓고는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상왕'으로 지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아무리 경쟁자라지만 같은 당 사람끼리 어떻게 '깔려 죽는다'는 말을 쓸 수가 있느냐.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준석 대표도 '모셔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이 대표도 상왕에 기대 담벼락에 깔려 죽는다는 얘기냐”라고 되물었다.
이날 양 캠프는 선거운동 방식을 두고도 충돌했다. 홍 의원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상수·이언주 전 의원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 캠프에서 지구당을 사칭해 윤석열 지지를 당부하는 전화를 당원들에게 걸고 있다”며 관련 녹취를 공개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당 윤리위 제소는 물론 법적 조처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는 바로 입장문을 내고 “당원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며 특히 전화로 경선 후보를 지지 호소하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돼 있다”며 “이런 허위사실 유포야 말로 당헌당규는 물론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부정하고 위법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공방엔 나경원 전 의원도 소환됐다. 홍 의원 캠프 정무실장인 정유섭 전 의원은 “제가 미국에 있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직접 통화했고, 경선에 중립이라는 사실을 알렸다”며 “윤 전 총장 캠프에서 나경원 지지를 확보했다는 뉴스를 흘리는데 거짓이다. 윤 전 총장 캠프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통화에서 “우리는 나 전 의원이 캠프에 참여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홍 의원 캠프야말로 마음이 급한지 종일 우리만 괴롭힌다”고 대응했다.
양 측의 격화되는 공방에 당 내부에선 우려가 커졌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죽기살기식 경선을 치른 후 제대로 원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