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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몸 풀린 이재명 공격수 놔두고, 준비 안된 이 올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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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1일 “땀 나고 몸 풀린 ‘이재명 전용 공격수’가 벤치에 앉아 있는 것과, (출전해서) 정확히 공을 꽂아 넣는 것과는 게임 승률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 발표를 나흘 앞둔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자신이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2일 여의도 ‘원팀캠프’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는 ‘리스크’고, 홍준표 후보는 ‘과거로 퇴행’”이라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2일 여의도 ‘원팀캠프’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는 ‘리스크’고, 홍준표 후보는 ‘과거로 퇴행’”이라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원 전 지사는 “몸이 풀린 선수를 놔두고 왜 리스크(위험)가 있거나, 준비 안 된 후보를 올리려고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선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윤 전 총장은 “리스크”, 홍 의원은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평가했다.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현장성이 떨어지는) 책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 전 지사는 자신을 “필드(현장)에서 온 사람”이라고 차별화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최종 후보가 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못 싸운다 단정지을 순 없지만 공수가 바뀔 수 있다”며 “난 수비할 일이 없기 때문에 ‘닥공’(닥치고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여 ‘동맹관계나 밀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은 것과 관련해 원 전 지사는 “절대 ‘노(No)’다. (그런 정보를) 흘리는 쪽에서 의도가 있거나, 막연한 희망 사항 아닐까 한다”며 선을 그었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 선거캠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 선거캠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다른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될 경우 어떤 역할을 할 건가’라는 질문에 원 전 지사는 “백의종군이 기본이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할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모든 것을 양보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원팀’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방송 토론회에서 홍 의원이 “원 후보가 대장동TF(태스크포스) 팀장을 해달라”고 하자, 원 전 지사는 “(제가) 역겹지 않냐”며 불쾌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지사는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자리라는 걸 떡 나눠주듯이 하는 게 경박하다”고 홍 의원을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57세로 4명의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 가장 젊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원 전 지사는 다음 대선이나 당 대표 선거를 노릴 여유가 있다는 평가도 정치권에선 나온다.

다음 정치적 단계를 묻자 원 전 지사는 “옆에서 보는 분들은 빨리 책의 줄거리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줄거리를 생각하고 뛰는 건 아니다. 대선 본선에 진출하든 안 하든 대중과의 연결을 어떻게 채워나가고 강화할 것인지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활주로에서 오래 달리다가 지금 상승 기류를 탔으니, 오는 5일 최종 후보로 상승할지 아니면 후보가 아닌 형태로 상승할지 모르지만 (중앙 정치로) 돌아온 ‘원희룡의 궤도’를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누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누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음은 일문일답.

국민의힘 최종 경선 D-4다. 판세를 어떻게 보나.
"기존의 ‘대세몰이’를 하는 게 윤 전 총장이고, 홍 의원은 역전을 노리고 있다. 유 전 의원과 나는 추격에 따른 역전을 기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뒤집어졌다는 증표는 안 나오는데 어떤 결과 나올지는 열어봐야 할 것 같다."
상대적으로 ‘이재명 저격수’ 이미지 때문에 정책 공약은 주목을 못 받았다.
"‘대장동 1타 강사’ 이미지가 마이너스 된 게 아니냐 고민을 한다. 하지만 나 혼자의 공은 아니지만, 이재명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의 잘못된 정책과 가짜 업적들을 깨부술 고민과 준비도 다 됐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부인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강윤형 박사. 유튜브 캡처

원희룡 전 제주지사 부인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강윤형 박사. 유튜브 캡처

배우자 강윤형 박사의 ‘이재명 소시오패스’ 발언이 논란이 됐었다.
"본인은 괴로워한다. 질문에 답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나왔다. 그런데 희한한 게 (여당이) '의사가 진단도 없이 소시오패스라고 하냐'고 공격하지, '소시오패스 아니다'라고 따지는 사람은 한 사람도 못 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비슷하게 먼저 외친 자가 받는 공격인 느낌이다"
라디오에서 배우자를 옹호하는 모습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있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하길래 ‘당신 잘못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으로 여당은 정신과 병명을 가지고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인신공격했다. 자신들이 괴롭히고 공격한 건 문제 안 삼고 우리는 집단 공격을 하는 것, 그런 건 내가 못 참는다."
4명의 후보 중 가장 젊다. 그런데도 2030 지지도는 약한 편이다.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제주지사를 거치며 행정 경험을 쌓았지만 일반 대중과의 정치적 소통은 10년 가까이 단절돼 잊힌 인물이 됐다. 그 사이 젊은 층의 어젠다도 바뀌었다. 젊은 층의 감각이나 소통 방식에 대해 많이 부딪히면서 느끼고 있다.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아우를 수 있는 경기 감각이 살아나는 걸 느낀다."
2004년 2월 한나라당 구당모임의 남경필·원희룡·권영세 의원(왼쪽부터)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갖고 '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인물'등 당 대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원희룡·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정병국 의원은 '남원정'으로 불리며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도했다. 중앙포토

2004년 2월 한나라당 구당모임의 남경필·원희룡·권영세 의원(왼쪽부터)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갖고 '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인물'등 당 대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원희룡·남경필 의원을 비롯해 정병국 의원은 '남원정'으로 불리며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도했다. 중앙포토

경선 초반 이준석 대표와 갈등도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손해 엄청 봤다. 오해도 있었고, 방향성 등에서 충분히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당을 위한 제 모드(방식)와 일반 대중이 받아들이는 모드가 서로 통하지 않았다. 모드의 호환성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온’(On) 버튼을 눌렀던 것을 뼈저리게 반성한다."
그 이후 이준석 대표와 사이는.
"원래 우리 케미(화학적 결합)는 아주 좋다. 이 대표가 당 중심에 올 수 있는 풍토의 변화는 내가 누구보다 환영한다. 고마운 면이 많다."

내가 만들고 싶은 대한민국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도 중앙일보 대선 주자 인터뷰의 공통 질문인 ‘대통령이 되면 5년 동안 어떤 나라를 만들 건가’라고 물었다. 원 전 지사는 자신의 비전을 “국가찬스와 혁신성장”이라고 요약했다. 원 전 지사는 “국가찬스는 개인의 삶과 기회 확장을 위해 국가가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평생 자기 주도하에 커리어(경력)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하겠다. 노인들이 절대 빈곤과 절대 고독에 빠지게 방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원희룡의 대한민국 5년은 혁신성장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참여하고 경제 주체들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을 현실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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