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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女 향해 "그냥 재명이라 불러요"...이재명의 절박한 구애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요즘 최대 관심사중의 하나가 2030 여성표심의 동향이라고 한다. 과거 여배우 스캔들 논란, 형수 욕설 등의 이슈로 형성된 2030 여성들의 낮은 호감도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한 자릿수 지지율 싸움이 예상되는 본선에서 큰 위기가 될 수 있다”(이 후보 측 재선 의원)는 우려가 캠프내에 공유돼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TBSㆍ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9~30일, 국민의힘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선에 올라왔을 경우를 가정해 실시한 대선 가상 다자 대결에서 이 후보(33.2%)와 윤 전 총장(32.4%)의 지지율은 엇비슷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남성(30.6%)ㆍ여성(34.3%)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은 반면, 이 후보는 남성(37.8%)ㆍ여성(28.7%) 격차가 9.1%포인트 차였다. ‘만18세 이상 29세 미만’ 연령층에서도 이 후보는 16.9%를 기록, 최대 지지층인 40대(49.9%)와 33.0% 포인트 차가 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성 층, 특히 젊은 여성층 공략이 이 후보에겐 극복해야할 벽이라는 뜻이다.

오전엔 “날 재명이라 불러요”…오후엔 양육비 관련 공약 

이 후보는 여성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 중이다. 지난달 어린 시절의 일대기를 담은 웹툰 연재를 페이스북에 시작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페이스북에 올린 웹자서전.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페이스북에 올린 웹자서전. 페이스북 캡처

또 지난달 31일 오전엔 경기 고양시 상암농구장에서 20ㆍ30대 여성 생활체육 동호인들과 넷볼 경기를 함께 했다. 경기 도중엔 같은 팀 선수에게 “나를 ‘이재명 후보’라고 길게 부르다간 볼을 뺏겨요. 공을 줄 때 그냥 ‘재명’이라고 불러요”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엔 ‘성평등한 일상, 성평등한 운동장’ 등이 적힌 수건을 들고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생활체육인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운동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생활체육인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운동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날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남성 중심, 장년 중심의 사회이다 보니 여성과 청년이 옹색한 공간에 배제된 측면이 있다”며 “각별히 정책적 배려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성을 위한 공공 생활체육시설 개선과 체육계에 만연한 성차별ㆍ성폭력 근절의 필요성도 아울러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엔 페이스북을 통해 ‘양육비 채무 국가대지급제’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양육비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를 봉쇄하기 위해 한 부모 아동에게는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이를 국가가 양육비 채무자에게 사후 구상하는 체계로 대전환하겠다”며 “구상권 행사를 국세청에 위탁하는 등 대지급된 양육비를 갚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철저한 법 제도를 만들겠다”고 썼다.

“억지로 되겠냐”지만…“잠재적 기회일 수도”

물론 이 같은 움직임에 여성 지지층이 반응할진 미지수다. 이 후보 본인도 지난달 31일 넷볼 경기 후 여성 표심 확보와 관련해 “마음잡기라는 게 억지로 되겠냐”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10년 묵은 비호감이기 때문에 돌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김재섭 전 비대위원, 지난달 라디오)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생활체육인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하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넷볼’은 여성에게 특화된 팀 스포츠로 패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팀 스포츠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생활체육인 여성들과 ‘넷볼’ 경기를 하기에 앞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넷볼’은 여성에게 특화된 팀 스포츠로 패스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협력하는 팀 스포츠다. 국회사진기자단

하지만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여성 표심이 우리에게 약점인 건 맞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지율 상승 여력이 많은 기회의 지점일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남성 지지율은 다른 후보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고정돼있고, 여기에 여성 지지율도 어느 정도 올라와 주면 크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인식은 평소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이 후보의 지론과도 맞닿아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유력 후보인 윤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모두 2030 여성층에서 두드러진 지지를 받진 못하고 있는 상황은 이 후보 측에 위안거리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2030 여성 표심이 이 후보의 최대 취약점인 건 맞지만, 본선에서 파이 싸움을 벌일 윤 전 총장 또는 홍 의원의 변별력도 크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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