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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약속 없는 G20 기후합의 “바다에 물 한 방울 수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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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기조연설에서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는다면 지속 가능한 세계를 향한 인류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며 ‘청년 기후 서밋’ 정례화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면서 “청년 기후 서밋 정례 개최에 정상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당사국총회와 부속기구 회의를 시작으로 개막한 COP26은 1~2일 정상급 회의와 오는 9~10일 고위급 회의를 거쳐 12일 폐회한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탄소중립(탄소배출 제로)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만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국민은 바로 지금이 행동할 때라고 결정했다”며 2030년까지 NDC(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재차 공식화했다. 205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다만 국내 산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목표’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산림 복원 협력을 비중 있게 제시하면서 산림녹화 대상으로 개발도상국과 함께 북한을 명시했다. 문 대통령은 “나무는 살아있는 온실가스 흡수원”이라며 “남북한 산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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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이탈리아 로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진행됐던 기후 관련 논의는 탄소중립 시점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이행 약속도 없이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G20 정상회의 종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G20이 기후변화 대책으로 합의한 내용은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바다에 물 한 방울 떨어진’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이는 분명히 충분치 않으며, 시급한 대책 없이는 COP26도 실패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회담에서 G20 정상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2015년 197개국이 합의했던 파리기후협약을 재확인한 데 불과할 뿐이다. 온실가스 감축, 탈석탄, 넷제로(탄소중립) 달성 등 주요 환경 의제에 대해선 “노력을 추구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을 뿐 실질 이행 약속은 하지 않았다.

의장국 이탈리아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과 흡수가 서로 상쇄돼 증가량 ‘0’이 되는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자고 제안했지만, 러시아·중국·인도 등 ‘친화석연료’ 국가들이 반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G20 성명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시한을 적시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21세기 중반 무렵’으로 표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세계 탄소 배출 각각 1위와 4위인 중국·러시아는 자국 내 발표를 통해 2060년까지 넷제로를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이들과 인도 등 세 나라는 COP26 개최 이전에 참가국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하기로 약속했던 2030 탄소 감축 목표안(NDC)을 제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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