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멤버 평균 나이 21.8세, 실력은 어리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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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슈퍼밴드2’ 최종 6위 팀 ‘더 웨일즈’. 평균연령 21.8세의 최연소 팀이다. 왼쪽부터 보컬 김한겸, 건반 김준서, 드럼 조기훈, 기타 정석훈, 베이스 양장세민. [사진 더 웨일즈]

“어릴 때부터 여러 가수의 세션맨을 많이 했는데, 공연이 끝나면 가수에게만 박수가 가고…. 조용히 악보를 챙기면서 ‘현타’가 갈수록 많이 쌓였던 것 같아요.”

지난달 11일 치러진 JTBC ‘슈퍼밴드2’ 결선 무대에서 최종 6위를 차지한 그룹 ‘더 웨일즈(The Whales)’의 드럼 조기훈(25)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드럼을 쳤는데, 드럼이 인정받는 건 역시 밴드 활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더 웨일즈’ 멤버들은 “다른 가수 뒤에서 하는 음악 활동에 지쳐 직접 밴드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보컬 김한겸(18), 베이스 양장세민(22), 기타 정석훈(24), 드럼 조기훈, 건반 김준서(20) 등 멤버 다섯 명 중 양장세민을 제외한 네 명은 ‘더 웨일즈’가 생애 첫 밴드 활동이다. 평균연령 21.8세, 고등학생(김한겸)이 포함된 가장 어린 팀으로 주목받았다.

어리지만 실력은 어리지 않다. 아이유 백업밴드(정석훈), 페퍼톤스·음악중심·서울재즈페스티벌 세션(조기훈), 버클리 음대 합격(김준서) 등 실력을 검증받은 연주자들로, 세션맨으로 계속 활동한 ‘경력직’이다. 양장세민과 김준서는 작곡도 병행해왔다. 밴드 이름 ‘더 웨일즈’도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고래’처럼, 각 포지션 최상위 실력자들이 모였다”(양장세민)며 지었다. 슈퍼밴드2 방송 당시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도 입을 모아 ‘최고의 테크니션 팀’으로 부르기도 했다.

결선에 오른 다른 팀과 비교해 팀 캐릭터는 평범한 편. ‘더 웨일즈’는 멤버 모두 MBTI가 ‘I’로 시작하는 약간은 내성적 성격으로,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 팀으로 불리기도 했다. 드럼 조기훈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사람들이 모인 건 맞다”며 “자극은 없을지 몰라도, 연주나 음악으로 봤을 땐 ‘압도적인 1등팀’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실력파 ‘힘숨찐’ 팀은 베이스 양장세민이 하나둘씩 모은 멤버다. 양장세민은 “멤버 실력 면에서도 걱정이 없고, 얘기만으로 밤 샐 수 있을 정도로 잘 맞는다”며 “다섯 멤버가 완전체로 나선 무대가 결선 2차전 한 곡밖에 없던 게 아쉽지만 그게 웨일즈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 웨일즈’의 색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건 보컬 김한겸. 예술고 3학년인 그는 유희열 심사위원이“‘타잔’ 부르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았던 청년 윤도현이 떠오른다”고 할 정도로, 풍부하고 단단한, 분위기 있는 목소리를 타고났다. 학교와 노래방, 집에서만 노래 부른 유일한 ‘생 신인’이다.

그러나 김한겸은 “학교에서도 ‘노래 잘한다’는 얘기를 그렇게 많이 듣는 편은 아니었고, 심지어 어릴 때는 음치였다”며 “형들이 장난처럼 ‘재능을 타고나서~’ 하는 놀림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어떤 음악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멤버들은 모두 “멋있는 음악”이라고 답했다. “보컬의 색에 맞춰 락, 혹은 락발라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조기훈), “다양한 걸 시도해보려고 한다”(김한겸) 등의 포부를 밝히면서다.

당초 결선 6팀이 함께하는 ‘슈퍼밴드 2’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지만, 방역지침 변경 등으로 3주 미뤄졌다. 공연은 오는 26~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멤버들은 대학 입시와 학교생활, 개인 작업 등으로 바쁜 틈에 모여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양장세민은 “슈퍼밴드2 활동이 끝나도 밴드를 이어갈 생각”이라며 “앨범 작업을 준비하면서 유튜브나 SNS 등 사람들이 저희를 잊지 않게 하는 방법들도 궁리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