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안벗는 6살 손녀···"배변 못가리면 종이 한장 준비하라" [괜찮아,부모상담소]

중앙일보

입력 2021.11.01 22:22

업데이트 2021.11.02 06:10

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 상쾌,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열네 번째 상담은 기저귀를 고집하는 6살 아이의 사연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6살인데, 기저귀에만 볼일을 보려고 해요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할머니입니다. 요즘 고민거리는 6살 손녀딸 일인데요, 기저귀를 좀처럼 벗으려고 하지 않아요. 팬티를 입혀서 어린이집을 보내는데, 소변이 마려우면 울거나 의자에 앉아 그냥 싸버린다네요. 달래도 보고, 야단을 쳐보기도 했는데요, 눈물만 그렁그렁해요. “화장실 가자”는 말에 짜증을 내고요. 한글도 잘 읽고, 영어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는 똑똑한 아이인데도요. 여동생은 기저귀를 뗐는데, 우리 큰 손녀딸은 왜 이렇게 기저귀 벗기를 싫어하는 걸까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 대소변 가리기는 처음엔 대변, 그다음엔 밤에 소변까지 가리게 되는 순으로 이뤄져요. 대개 세돌이 되면 가리기 시작하고요. 이 아이는 6살이면 뭔가 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배변은 사실 훈련을 시킨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준비되었을 때 양육자가 밀어주는 거예요. 소변을 보고 싶으면 일정 기간 참았다가 내보낼 수 있는 신경학적인 발달이 되어야 해요. 대변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언제 준비가 됐느냐를 알려면, 기저귀를 보시면 됩니다. 예전엔 항상 젖어있었는데, 일정 기간만 이렇게 젖는다든지 해요. 가릴 때가 되면 배변도 낮에 한 번 정도 보고, 밤에는 보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시작되면 부모님들이 가르치기도 하시지요.

아이마다 달라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14회. 우리 아이 화장실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요? 사진 김지선 PD

괜찮아, 부모상담소 14회. 우리 아이 화장실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요? 사진 김지선 PD

양육자는 배변 교육을 해야겠구나 싶은데, 기저귀를 벗으면 막 울고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일부 아이들은 예민하기도 하거든요. 이런 친구들은 왜 그런지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왜 거부할까요. 무서워하는 걸까요? 만약 아이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안 무섭게 하면 되는 것이잖아요. 아이들의 두려움이라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배변이 나오는 겁니다. 잘 달래서 화장실 바닥에 종이를 깔아주고 편안하게 보게 하거나, 혹은 자기 몸에서 나오는 것을 보도록 해주면 무서움이 없어져요. 그러면 아이들이 변기 앉는 거를 싫어하지 않아요. 배변 훈련할 때의 아이들은, 뭔가 자기 몸에서 변형된 것이 쑥 나오면 좀 두려워해요.

호기심을 갖고 변이 나오는 것도 보고 할 정도로 편안하게 두시면 예민한 아이들도 ‘별거 아니네’하면서 자랑스럽게 훈련을 할 수 있어요. 준비가 안 된 아이, 어린이집에 처음 가서 불안한 아이를 배변 훈련을 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요, 부모님들께서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대소변 문제가 인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거든요. 너무 야단치고 억지로 가르치는 경우, 강박을 가질 수도 있어요. 또 지나친 청결벽이나 정리벽이 있는 분 중에는 대소변 훈련 중에 너무 부모가 시켰다고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이 시기에 기분 좋게 대소변 가리기를 시켜야지, 나중에 커서 성격도 대범해집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 14회. 우리 아이 화장실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요? 사진 김지선 PD

괜찮아, 부모상담소 14회. 우리 아이 화장실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요? 사진 김지선 PD

손녀딸이 기저귀를 고집하는 심리적인 이유가 뭘까를 좀 찾아보시면 어떨까요. 사실 배변 훈련은 빨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기다려주셔야 합니다.

초등 남자아이, 속옷에 살짝 묻어요

초등 남자아이 엄마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속옷에 살짝 변을 묻힙니다. 기저귀를 떼고 줄곧 그랬던 것 같아요. 신호가 오면 화장실에 가라고 하는데 잘 안 지켜져요. 무언가에 몰두하면 참을 때까지 참다가 속옷에 묻고 나서야 아차 하는 것 같아요. 묻은 것 같다 싶으면 계속 뒤를 만지며 확인해요. 친구들에게 놀림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 정신의학적으로 이런 비슷한 증세를 유분증이라고 부릅니다. 배변을 다 가릴 나이가 지나서 대변을 참다가 밀려 나오는 건데요. 원인을 찾아보면 좋겠어요. 신체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심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요. 신체적인 이유로 제일 많은 것은 만성 변비입니다. 만성 변비로 인한 부분은 소아과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식이요법을 쓰고 없애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했는데도 계속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심리적인 이유도 살펴보셔야 해요.

아이 마음을 들여다볼까요?

괜찮아, 부모상담소 14회. 우리 아이 화장실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요? 사진 김지선 PD

괜찮아, 부모상담소 14회. 우리 아이 화장실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요? 사진 김지선 PD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없거나 항상 긴장한 상태로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증상이 더러 보입니다. 긴장하지 않아야 배변을 시원하게 보잖아요. 변비 환자들에게 의사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을 생각해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들이 ‘스트레스받지 마십시오’ 하거든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없던 것도 생깁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가 있고 긴장을 하게 되면 배변의 문제가 생기거든요.

어머님은 아이 증상이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걱정하시는데, 아이 입장에서 볼까요. 아이는 이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변이 속옷에 자꾸 묻으니까 얼마나 당황스러웠겠어요. 그 자신감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이의 심리적인 이유도 잡아내 보고, 체크해서 아이의 고통을 없애주시면 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괜찮아, 부모상담소 14회. 우리 아이 화장실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요? 사진 김지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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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아이에게 훈련을 시키듯이 “일정 시간에 왜 안 갔니?” 하면 안 됩니다. 이미 아이는 그걸 조절하는 힘을 키우는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거든요. ‘화장실에 몇시가 되면 가’라고 하는 것도 아이에겐 어려울 수 있어요. 반대로 아이의 이런 상황은 빨리 아이를 도와주라는 중요한 사인으로 보셔야 해요. 신체적으로 몸이 안 좋거나, 정서적으로 불편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니 아이를 야단치시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어요. 전문가 도움을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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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잠 안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상쾌, 통쾌한 부모상담을 해드립니다.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www.joongang.co.kr/parenting) 마파클럽 게시판을 통해 사연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헬로!페어런츠에서 더 풍성한 부모뉴스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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